세계 산악계에 떨친 코리안 우먼파워

[피플] 여성 산악인 오은선씨,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
세계 산악계에 떨친 코리안 우먼파워

“여기는 남극,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여성 산악인 오은선(38ㆍ영원무역)씨가 2004년 12월 20일 오전 5시 12분(한국시간) 후배 산악인 김영미(25)씨와 함께 남극의 최고봉 빈슨매시프 정상(4,897m)에 우뚝 섰다고 위성 전화로 알려왔다. 오 씨가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정복하는 순간이었다.

국내에서 여성 산악인이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한 것은 이번이 처음. 오 씨는 이로써 2002년 8월 유럽 최고봉인 엘브루스(5,642m)를 시작으로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m) -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6,959m) - 에베레스트(8,848m)단독등정 –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5,985m) – 오세아니아의 코지우스코(2,228m)에 이어 남극의 정상까지 2년 4개월 만에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에 성공했다. 세계적으로는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다베이 준코, 남바 야스코에 이어 세 번째이다. 남성을 포함하더라도 국내에서는 허영호(1995년), 박영석(2002)에 이어 세 손가락에 꼽힌다.

지난 12월 5일 원정길에 나섰던 오씨는 악천후 때문에 러시아 일류신 수송기편으로 열흘 뒤인 15일에 남극의 패트리어트 힐 기지에 도착, 당일 해발 2,200m 지점의 베이스캠프로 이동한 뒤 16일부터 정상 정복을 향한 첫 발을 디뎠다. 18일 갬프1(1,300m)에 이어 하이캠프(4,000m)를 구축한 오 씨와 김 씨는 19일 오후 10후 정상 정복에 나서 7시간 12분만에 빈슨 매시프 정상에 태극기를 꽂았다. 2004년 한 해에만도 아시아의 최고봉 에베레스트(8,847m) 등 4개의 대륙 최고봉을 정복하는 강행군을 펼친 끝에 남극의 최고봉에까지 발자국을 남긴 것이다.

전북 남원 출신인 오 씨의 꿈은 25년 전인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산 인수봉에서 암벽 등반하는 사람들을 보며 산에 대한 열정을 품었던 것.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그는 85년 수원대 전산학과에 입학, 산악부에 들어간 뒤에야 본격적으로 산과 인연을 맺었다. 4년 내내 집과 학교, 산을 오가며 단조로운 생활을 계속한 오씨는 93년에는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해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기도 할 만큼 여장부의 기질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태세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 너무 기분이 좋다. 내년엔 K2(8,611m) 여성 등반대를 꾸리고 싶다.” 키 155㎝, 몸무게 50㎏의 가냘픈 체구의 오 씨가 밝힌 신년 포부다.

정민승 인턴 기자


입력시간 : 2004-12-30 14:21


정민승 인턴 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