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부시와 좌향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제 2기 취임사의 북핵 관련 표현 방식이 새해 한반도의 큰 관심사다. 그 취임사에는 ‘악의 축’과 같은 일방적인 표현은 물러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는 국제공조가 그 기조를 이룰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좌로 방향을 돌려 중간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9일자 ‘어제와 오늘’(‘부시는 계속 우향할까?’)에서 예측한 것처럼 ‘비둘기’에 둘 러싸였던 미 국무부의 ‘맹금류’, 존 볼튼 군축담당 차관이 물러났다. 그의 부장관 승진이 좌절 된 것은 강경우파의 퇴진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파월 국무장관의 3인방이었던 리차드 마이티지 부장관과 제임스 켈리 동아태 차관보 등의 후임으로 로버트 졸릭 무역 대표부 대표와 부임 5개월째인 크리스토퍼 힐 주한 대사가 내정 확정된 것은 부시의 좌향화를 예측케 한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크리스토퍼 니컬러스(전 도쿄, 베이징, 서울특파원)는 대선이 끝난 직후 파월 자리에 라이스가 오르자 예측했다. 그는 11월 17일자의 칼럼 ‘부시 혁명’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부시는 2기에서 기독 우파와의 협조로부터 거리를 두고, 우파에 대한 혁명적 변화를 기도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제는 재선에 힘 기울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니컬러스는 볼튼 차관의 승진 여부를 좌경화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봤다. 국무부의 많은 자유주의 지식인들은 “그렇게 되면, 뉴질랜드로 이민 간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니컬러스는 국무부와 CIA를 개편한 부시 대통령이 맞게 될 북한, 이스라엘, 이란 문제라는 수수께끼는 이렇게 풀었다. 강경파들의 미국이 북한을 너무 귀엽게 다루고 있다고 조바심 내고 있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관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진전이 없을 경우 강경책을 쓰게 될 것이며, 봉쇄 정책을 펼 것으로 봤다.

다음은 이란과의 핵 문제로 인한 충돌 여부. 이에 대해서는 유럽과 이란과의 핵 원료 구입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 강경책을 택할 것으로 봤다. 부시는 이란의 정권 교체도 고려할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기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에 대한 미국의 계속적인 포용 문제는 파월의 퇴진으로 샤론을 견제할 인물이 미 정부에서 없어지게 됐다는 데 문제가 도사린다고 봤다. 블레어 영국 총리가 있지만, 미국과 물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니컬러스의 예측은 아시아 특파원 시절에 쌓은 경험과 이집트 등지에서 공부한 경험에서 얻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이 같은 예측은 니컬러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강사이자 ‘US 뉴스 & 월드 리포트’ 무임소 편집국장인 데이빗 거겐도 부시 2기가 ‘중도’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 봤다. 그는 닉슨, 포드, 레이건, 클린턴 등 네 대통령의 스피치 라이터, 홍보수석, 국내문제 보좌관에다 ‘US’지의 편집국장 출신으로 백악관을 대통령학적으로나 실무적으로 가장 잘 아는 저널리스트다.

그는 11월 19일자 ‘한 사람의 권력’이란 NYT기고 칼럼에서 “부시는 현대 미국 대통령 역사에서 담대하고 넉살 좋은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그는 또 부시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지적했듯, “법과 양심의 문제까지 포함해 자유로운 권한을 가진 자로서, 일 하기에 따라 큰 인물이 될 수 있다”고 한 대통령론에 대해서는 동감하지만 그 자유권이 제한적임을 아는 대통령으로 봤다.

거겐은 부시가 라이스 보좌관을 국무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닉슨이 제 2기에 키신저 보좌관을 장관에 임명한 것과 닮았다고 분석했다. 거겐은 닉슨의 백안관 트로이카인 봅 할레반, 존 에리히만, 헨리 키신저 중 키신저가 내각으로 갔던 것이나 라이스가 라이스가 장관으로 된 것이 비슷한 이치라고 봤다. 부시의 3인방은 체니 부통령, 칼 로브 국내문제 보좌관과 라이스. 그 중 1명이 빠진 것이 ‘트로이카’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부시는 국무부에 그의 충성파인 라이스를 장(長)으로 보냄으로써, 현역 대통령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 국무부를 개편하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냉소적인 국무부의 마음을 돌려, ‘역사적으로 위대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포부를 실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거겐은 낙관적이다. 부시가 국가 안보팀을 개편해 미국을 군사강국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잘못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거겐이 지켜 본 미국의 최근 대통령들은 국내가 1~2년 조용해지면, 전지구적 문제에서 이름이 남기를 바라는 욕심이 있다는 것이다.

거겐은 경고하고 있다. 재선된 대통령이 빠질 수 있는 위험은 지나친 자신감, 오만이라고. 1기 때는 ‘언덕 위의 집’(미국의 이상ㆍ理想)의 주인으로 생각하나, 2기 때는 ‘우주의 주인’이란 오만에 빠진다고.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1937년 재선되었을 때, 뉴딜에 반대한 대법원의 판사를 교체했으며 표가 적게 나온 남부 민주당 인사를 제거했다.

부시 대통령의 1기 재임 특징은 이라크 문제나 재정 문제 등에 ‘집단 토론’ 후 결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시는 그 동안 팀의 실적으로 보아 새로운 인물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거겐은 내다보았다.

다행스럽다. 부시 제 2기 정부는 좀 더 왼쪽으로 움직여 한반도에도 중도의 잣대를 적용해, 초석을 쌓았으면 한다.

입력시간 : 2005-01-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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