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담보로 환경파괴에 맞선 작은거인

[피플] 지율스님,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 '단식 80일째'
목숨을 담보로 환경파괴에 맞선 작은거인

“천성산 터널 공사의 환경 영향 평가에 대한 이행 여부를 환경부 산하 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나서서 민관 합동 특별 점검팀을 구성하려는 것은 천성산의 ‘수의’를 짜려는 것이다.”

천성산 터널공사에 반대해 온 지율 자신과 천성산대책위를 점검팀에서 배제시킨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결국 그는 생수 6병을 들고 1월 14일 청와대 인근의 독방에 들었다. 정직하지 못한 정부와 더 이상 얘기할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어서, 그리고 길고 길었던 혼자만의 수행을 이제는 마무리 하기 위함이었다. 단식 80일째. 그를 두고 의사는 “이미 죽은 사람의 몸”이라고 소견을 밝힌 상태였다.

하루 앞서 그가 자청한 기자 회견에서 수많은 언론이 보인 그에 대한 관심은 지율의 단식 지속 여부. 그는 그 자리서서 “개인적으로 단식을 풀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웬말인가? 이전에도 밝힌 것처럼 이는 “문이 안팎으로 이중으로 잠긴 문과 같아서 내가 단식을 푼다고 해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좀 더 쉽게,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한 것에 불과했다. “내가 말라가는 것보다 천성산이, 또 우리 환경과 생명이 말라가고 있는 걸 봐야지. 그것을 보지 못하고 나한테 단식만 중단하라고 하는 잘 못 봐도 한참 잘 못 본 것이지.”

지율 스님은 이제 외부와의 연락을 일절 끊었다. 인터넷과 휴대 전화 끄는 것도 모자라,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종로경찰서에 모든 사람의 접근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마지막이라는 암시는 여러 번 있었다. “모든 것은 내 동생한테 전달해 놓았어. 무슨 일이 생기면 동생이 모든 것을 처리할 거야”, “하루에 한두 개를 마시니까. 더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등.

이렇게 사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나아가자 문재인 수석이나 곽결호 환경장관이 지율 스님을 직접 방문해 단식을 풀 것을 설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을 들은 지율 스님은 한층 단호하다. “안 만날 거야. 지금 당장 약속했던대로 공사 중단하고 몇 개월 동안 지질, 지하수를 포함한 환경 영향 평가를 양쪽에서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함께 실시한다면 모를까.”

그의 요구는 간명하다. “부실하게 이뤄진 환경 영향 평가를 제대로 해 보자”는 것. 목숨을 담보로 생과 사를 넘나들고 있는 그의 진짜 요구를 아는지 모르는지, 세간은 눈만 빼꼼내고 지켜보는 형국이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1-21 11:34


정민승 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