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과 현대사회] X 파일이 나쁘기만 할까


멀더와 스컬리라는 두 FBI 요원이 찾아 헤매는 ‘X 파일’은 끝내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외계인의 존재, 신비한 능력과 같은 불가사이한 사건들은, 접근하면 할수록 실체가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은 채 끝나고 말아 감질나게 한다. 결코 잘 생겼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매력적인 두 주인공 멀더와 스컬리 요원의 상반되는 캐릭터도 극적 긴장을 가져온다. 그래서 드라마 ‘X 파일’은 폭넓은 매니아, 요즘 유행하는 말로 ‘폐인’들을 낳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논란이 되고 있는 ‘연예인 X 파일 사건’은 극적 긴장이 없다. 겉으로 드러난 실체 또한 너무나 분명하다. 그래서 자꾸 보고 싶은 흥미를 유발시키지 않는다. 인간의 ‘엿보기 심리’가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 또 하나의 해프닝일 뿐이다.

어떤 언론사의 부장급 간부가 음주 운전 검문에 걸린 적이 있었다. 다행히 수치가 그리 높지 않아 별 다른 조처 없이 귀가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정보 기관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그 친구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너 어제 음주 운전 했다면서?” 뒷골이 서늘했다고 했다. “겨우 부장급인 나에 대한 정보가 그렇게 상세하게 보고될 줄은 몰랐다”며.

오늘날 X 파일은 곳곳에 이미 존재한다. 청와대에서는 ‘존안 카드’라는 이름으로, 국정원에는 ‘국가 정보’라는 이름으로, 언론사에도 ‘정보 보고’라는 이름으로 있을 것이다. 어떤 시시콜콜한 내용이 그 파일에 담겨 있는 지 알 수가 없다. X 파일은 국가 기관이나 언론계 그리고 기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개개인들이 모두 나름의 X 파일들은 갖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담겨 있는 모든 내용들이 사실은 또 하나의 X 파일이다. 누군가의 컴퓨터에 나의 X 파일이, 그리고 당신의 X 파일도 있을 수 있다. 지금도 파일의 내용은 계속 누적되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당연한 현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곳곳에 존재하는 그 X 파일들이 지금까지는 세상 밖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거의 없었으나 이제는 노출의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사적인 정보들이 뜻하지 않게 노출되는 사례를 우리는 이미 많이 보아왔고 겪어 왔다. ‘O양의 비디오’와 ‘빨간 마후라’ 사건을 시작으로 숱한 음란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지금까지 숱한 X 파일들을 보아 왔고, 또 즐겨 왔다. 그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는 재미가 되고 흥미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언제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지 알 수가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 문제다.

개인은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공개된 존재가 되고 말았다. 모든 정보가 노출되고 폭로될 가능성 속에 놓인 상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부정적인 면은 일일이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프라이버시 침해, 명예 훼손 등등 지금까지 인터넷이란 매체가 등장한 뒤에 수 많이 지적된 문제점들은 타당하다. 이번 ‘연예인 X 파일’도 인격 침해와 명예 훼손의 소지가 다분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X 파일들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도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감시와 고발의 기능이다. 부정과 비리의 은폐가 어려워진 점이다. 나에 대한 어떤 파일이 만들어져 있고, 그것이 언제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지 알 수 없는 사회 구조.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삼가 조심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X 파일이 가진 숱한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부정이 은폐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따는 데에는 사회 발전의 측면도 있는 것이 아닐까.

김종욱 CBS PD


입력시간 : 2005-02-01 10:55


김종욱 CBS PD networking62@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