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과 현대사회] 화장실과 종이신문


영국의 가디언(Guardian)지는 2003년 1월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로그 온하다’이란 기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이제 세계는 웹 민주주의의 시대에 들어 섰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세계신문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웹사이트 뉴스를 보는 사람이 작년에만 35% 늘었고 지난 5년 사이 무려 3.5배나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미디어의 파워가 종이 신문에서 인터넷 신문으로 이동중인 구체적인 증거라고 보면 된다.

인터넷은 1960년대말 미 국방성에 의해 군사용 목적으로 개발됐다. 89년 월드 와이드 웹(www)이 등장하며 상업화시대로 들어섰으며 94년 야후가 등장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과 10년만에 인류는 엄청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는 기존 활자 매체와 비교해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이른바 쌍방향 교류 (two way communication) 이 가능해 실시간으로 뉴스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도 있고, 뉴스 컨텐츠에 대해 독자들끼리 통할 수도 있다. 기존의 독자 투고나 옴부즈만 제도와는 비교가 안 되는 큰 변화다. 미디어 융합이 이뤄지면서 방송도 할 수 있고 동영상도 첨부할 수 있다. 분량 제한이 없어지면서 기사 거리가 다양해 졌고 하이퍼 텍스트로 인해 사진을 곁들인 장문의 기사도 실을 수 있다.

언론 고시한다고 도서관에서 땀 흘릴 필요도 없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도 있다. 전문가 시대에서 누구나 시대로 진입했으며 뉴스 소비자이면서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프로슈머 (prosumer)의 시대가 왔다. 창업도 쉽다. 수조원이 드는 기존 언론사에 비해 이른바 시장의 진입 장벽 (entry barrier)이 거의 없다. 몇 천만 원만 있으면 인터넷 신문을 만들 수 있고 또 유지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인터넷 신문의 시초는 1992년 미국의 시카고 트리뷴이고 CNN 등 기존 언론사들이 대부분 자회사 성격으로 창립해 오늘에 이른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꾸려가기가 쉽지 않은 게 인터넷 언론이다. 뛰어 들 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정도로 인식했다. 자동차도 팔고, 경매도 하고, 전상 거래도 하고…,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뉴욕 타임스의 경우 1996년 진입했다가 엄청난 손해를 보고 지금은 사업을 대폭 축소시킨 뒤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전세계 5,000여개의 언론사가 인터넷에 성급히 뛰어 든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 세계에 뛰어 들지 않으면 뒤쳐질지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 저비용일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틀렸다. 판갈이를 24시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인력이 문제다. 월 스트리트 저널 같은 경우 하루 두 번 판갈이 하는데 그렇기 위해 종이 신문보다 2배 이상의 기사 공급이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도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정이 좋은 편이다. 많은 기업들이 임직원들의 구독료를 대신해 지불해 주고 또 워낙 비즈니스 전문지이니까 가능하다는 얘기다. 영국의 파이낸셜 뉴스도 년 1백 달러가 넘는 만만찮은 접속료를 받고 있지만 그런대로 팔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인터넷 신문이 종이 신문을 밀어내리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종이신문사가 시련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 동안 잘 나가던 신문사도 대규모 인원 감축을 했거나 서두르고 있으며 다양한 부대 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데 몸부림치고 있다. 한겨레신문마저 최근 선임된 사장이 이익 창출을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불과 10년전과 비교할 때 엄청난 변화다. 화장실이 있는 한 종이 신문은 영원할 것이라는 한 미국 저명 언론인의 말은 이제 인터넷 시대를 맞아 서서히 신화가 되어 가고 있다.

연세대 언론연구소 김동률박사


입력시간 : 2005-03-02 14:32


연세대 언론연구소 김동률박사 yule21@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