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해야할 일, 재도전하겠다"

[피플] 발해 뗏목 탐사대 방의천 대장
"어차피 해야할 일, 재도전하겠다"

우리의 고대 국가 발해의 옛 해상 교역로를 그대로 따라가, 선조의 웅혼한 기상을 오늘에 되살리려던 ‘발해 뗏목 탐사대’(방의천 대장)의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2월 19일 러시아 포시에트항을 떠나 일본 니가타현으로 향하는 험로에 올랐던 탐사대는 당일 오후부터 해경과 통신이 두절돼, 많은 국민들을 안타까움에 빠뜨렸다. 다행히 통신 두절 사흘 만에 남ㆍ북ㆍ러 당국의 공조로 러시아 해역에서 구조된 대원 4명 전원은 23일 오전 극적으로 생환했다.

탐사대는 야간 항해 중 뗏목을 덮친 거대한 파도를 맞고 조난됐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설명했다. 순식간에 선실은 부서지고 식량과 통신 장비 등은 몽땅 바다에 빠져버렸다. 이 때부터는 공포와 추위가 이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 갔다. 대원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허기를 달랬고,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서로를 껴안고 체온으로 버텼다.

발해 뗏목 탐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12월 3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출항했던 ‘발해 1300호’가 원조 탐사대다. 이들은 울릉도와 독도를 경유해 제주도 성산포를 향했다. 장철수 대장 등 대원 4명은 그러나 항해 24일째인 1월 23일 오후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는 마지막 교신을 끝으로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고 말았다. 다음날인 24일 오전 ‘발해 1300호’는 일본 해안에서 좌초한 채 발견됐다.

이번 2차 탐사대의 방의천 대장은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사실을 벌써 까마득하게 잊었다는 듯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재도전하겠다. 어차피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귀환 일성을 남겼다. 역사는 새기는 자들에게 의미를 드러내는 법이다. 발해인이 남긴 개척과 도전의 기상도 이들에 의해서 언제든 되살아나지 않을까, 국민들은 기대한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3-03 14:40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