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감동시킨 의지와 사랑

[피플] 영화 '말아톤' 실제모델 배형진 씨
세상을 감동시킨 의지와 사랑

자폐증 청년의 삶을 담은 영화 ‘말아톤’의 감동이 세상을 촉촉이 적시고 있다.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2001년 마라톤대회에서 ‘서브 쓰리(sub 3ㆍ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내 완주하는 것)’를 기록한 22살의 자폐 청년, 배형진 씨이다.

배형진 씨는 사실 나이와 몸만 청년일 뿐 지능은 5살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다. 배 씨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어머니의 의지 덕분이었다. 배 씨의 어머니 박미경 씨는 아들이 4살 때 자폐 진단을 받은 뒤에도 아들에 대한 희망을 결코 잃은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배 씨의 발에 자극을 주기 위해 맨발로 산에 오르게 하고, 축구, 자전거, 수영 등 여러 운동을 시켰다. 10년의 지치지 않은 어머니의 노력 끝에 마침내 배 씨는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대개 자폐아들은 무엇인가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배 씨 역시 처음엔 달리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아들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싶은 심정에 결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러던 중 아들 배 씨는 ‘싫다’라는 의사 표현까지 하는 등 자폐 증세를 극복해 내는 조짐을 보였다.

여기서 멈출 어머니가 아니었다. 단순히 달리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도 해 내기 힘든 목표를 잡았다. 그것이 마라톤 풀코스 42.125㎞를 완주하는 것이었고, 또 그 다음에 3시간내 완주하는 ‘서브 쓰리’의 달성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해냈다. 자폐아 배형진 씨가 자신의 의지로, 어머니 박미경 씨의 사랑으로 기적 같은 일을 해낸 것이다.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은 배형진 씨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배 씨와 함께 양재천 마라톤 클럽에 가입, 1년 동안이나 함께 연습을 하며 호흡을 같이 했다. 영화 ‘말아톤’의 성공은 배 씨의 감동적인 사연은 물론이고 주연 배우 조승우과 김미숙의 훌륭한 연기에 힘입은 바 크지만, 따스한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갖고 혼신을 다 한 정 감독의 시선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배 씨는 3월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의 홈개막전에서 2만여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멋지게 시축을 해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조 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3-17 18:55


조 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