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도박에 노출된 10대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심한 말이 될까? ‘대한민국은 도박 공화국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주변을 며칠 동안 돌아 다니면서 가진 생각이 그렇다. ‘에이~ 애들이’, ‘설마, 설마…’를 속으로 삼키며 이들에게서 만큼은 예외를 바랐지만, 애당초 무리였다. 불을 보듯 뻔한 결과를 애써 외면하고도 싶었다. 켸켸묵은 명제 하나가 덜미를 후려쳤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부모들의 주민 등록 번호를 도용해 게임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이런 것조차 필요 없는 사이트들은 논외로 치자), 친구들끼리 피씨방에 모여 앉아 속임수로 상대방의 게임 머니를 뺏는다. 경품 게임기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중학생, 용돈을 온라인 도박장에서 탕진하고 이 친구 저 친구에게 빌붙는 우리 동생들. 이 모든 모습은 어른의 그것과 흡사했다. 조폭 문화를 그대로 학교에 옮긴 ‘일진회’도 설친다는데, 남한테 물리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도박쯤이야 대스냐며 반문할 지도 모른다.

사이버 공간에서 고스톱이나 포커를 치는 네티즌은 하루 평균 300만명. 전체 인구의 6.3%, 경제 활동 인구의 13%가 매일 도박을 하고 있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그칠까? 학원가에서 즉석으로 이루어지는 ‘땡금(바닥에 줄을 그어 놓고 그 위로 던지는 게임)’ , ‘판치기(판 위에 올려진 동전 옆을 쳐서 동전을 뒤집는 게임)’, ‘짤짤이(동전 개수를 맞추는 게임)과 같은 심심풀이 도박이 반을 넘어 전교 단위로 이루어지는 사실은 일단 뒤로 접자.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불법 게임 사이트 상의 도박까지 합친다면 이 수치는 비웃음을 당해야 마땅하다.

‘배팅 기능 또는 경품 제공 기능이 없어야 한다’, ‘19세 미만 사용(출입)불가’라고 규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는 문방구, 슈퍼, 오락실의 업주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도박도 인간 욕구 중의 하나라던데 어릴 적부터 하위의 욕망을 솔직히 가르치자는 건가? 머잖아 비수가 돼 자신들의 목을 겨냥할 것이란 사실을 몰라서?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3-17 18:55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