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과 현대사회] 채널 홍수 시대, 삶이 행복해질까?


'내 손안의 TV 시대 개막’.
‘걸어다니면서 TV 본다’.

2월 28일 지상파 DMB 사업자 최종 결과가 발표되던 날, 신문들이 뽑은 제목이다. 이제 5월이 되면 지하철에서, 공원에서, 산과 들에서,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그리고 걸어 다니면서 TV를 보는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다. DMB의 출현은 분명 미디어 분야에서 일대 전환을 이룬 사건으로 기록될 것은 분명하다. DMB 서비스의 시작은 개인성과 이동성의 구현, 시, 공간에 대한 개념 변화 등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만 분명하고 단순한 사실은 방송 채널이 늘어 났다는 것이다. 지상파 DMB 사업자가 확정되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방송 채널에 28개가 추가됐다. 비디오 채널 7개와 오디오 채널 13개 그리고 데이터 채널 8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송 채널은 모두 몇 개나 될까. 기존의 공중파 채널에 케이블 채널 70여개가 추가되었고, 디지털 위성 방송으로 117개 채널이 더해지더니 이제 다시 지상파 DMB로 27개의 채널이 추가 된 것이다. 지금 우리 머리 위로 200여 개의 방송 전파들이 공중과 유선망을 통해 뿌려지고 있는 셈이다. 그 가운데 TV 채널만 15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6월에 본 방송이 시작될 예정인 위성 DMB도 27개의 채널이 있다. 게다가 2~3년 이내에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IP-TV와 Wi-Bro(무선 인터넷)까지 현실화되면 또 얼마나 많은 방송 채널이 생겨날 지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가히 ‘방송 채널 홍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어지러울 정도로 급변하는 방송 환경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코 넓다고 할 수 없는 땅에 이렇게 많은 방송 채널이 존재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 현상일까.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수십 개의 새로운 채널들이 쏟아져 나오면 그 채널들을 채울 프로그램, 이른바 콘텐츠는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한정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약탈적 광고 전쟁이 벌어질 것은 분명한데 과연 몇 개의 채널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방송채널의 홍수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까.

‘정보 통신 강국’이 ‘삶의 질 강국’으로 이어질 것인가. 채널의 증가는 수용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채널의 증가는 수용자의 만족도, 혹은 행복 지수와 정비례할까. 인간이 볼 수 있는 채널의 한계는 7개라는 어떤 연구조사 결과가 있었다. 150여개의 TV 채널 가운데 시청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채널이 태반이라는 현실은 이런 조사 결과의 타당성을 입증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채널 수 만으로도 과잉에다가 낭비적 요소까지 있음이 분명하다.

이제는 의문을 제기하고 꼼꼼히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채널 홍수 시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하고. 그래서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수의 시민 단체들이 모여 만든 ‘미디어 수용자 주권 연대’는 DMB를 포함한 뉴미디어 정책을 난개발에 비유, “방송 - 통신 융합과 뉴 미디어의 출현 과정에서 수용자들의 입장은 도외시 된 채 국가정책의 객체로 전락해 있다”며 ‘수용자의 주권’을 요구하겠다고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당연히 나와야 할 목소리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더 많은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무슨 일이든 ‘그것이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까’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이 나올 수 없다면, 그 일을 이렇게 정신없이 계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종욱 CBS PD


입력시간 : 2005-04-04 19:15


김종욱 CBS PD networking62@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