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칼럼] '측근'의 이름을 파는 사회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그 사람들이 내 이름을 팔고 다녔다”고 했다. 최근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철도공사(옛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 개발 투자 의혹 사건, 이른바 오일게이트와 관련해서다. 이 의원은 야당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직접 개입설에 대해 단호히 부인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삼척동자도 다 알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 측근 중의 측근, 실세 중의 실세다. 그런 만큼 사건의 전개 과정과 결말에 대해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일게이트의 실체적 진실과 이 의원의 개입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고, 야당에선 특검이나 국정조사 공세까지 펴고 있으니 지켜 볼 일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이 의원이 말한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이 권력 측근의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사회적 현상이다. 권력 실세의 개입 여부라는 핵심적 쟁점에 가려지고, 우리 사회에서 만성화 돼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이 문제는 제대로 된 나라, 잘 사는 나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끊임 없이 돌출해 전국을 뒤흔들고 국가 발전의 뒷덜미를 잡는 것이 바로 ‘측근 비리’다. 굳이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개혁과 진보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참여 정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권력자의 측근’과 관련한 비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가장 일반적이며 충격파가 큰 것이 측근 스스로 신분을 이용하여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측근의 이름을 팔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이다. 정권에 미치는 직접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측근 자체의 비리는 꾸준한 사정과 정치 개혁 바람으로 최근 수그러드는 추세다.

하지만 ‘측근의 이름을 팔아’ 한몫 챙기려는 행위는 시도 때도 없이 터질 수 있는 시한 폭탄과 같은 것이다. 지금도 정글을 방불케 하는 거친 시장에서는 유력한 측근의 이름을 들먹이며 한 탕 잡으려는 하이에나 같은 인간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 ‘하이에나’들을 어떻게 차단할 수 있느냐다. 측근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측근의 이름을 팔아 부당한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비리를 근절하지 못하면 이 사회, 이 나라의 미래는 보나마나다.

이른바 측근 사칭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강력하고 끊임없는 단속과 처벌이다. 이외에 중요한 것이 측근 자신이 허점을 보이거나 빌미를 주지 않도록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밀림의 하이에나는 상대 먹잇감이 한 눈을 팔고 방심하고 있는 사이를 노려 공격을 한다. 따라서 언제나 긴장을 하고 하이에나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피해를 입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오일게이트가 이광재 의원의 말대로 일부 사업 관계자들이 이 의원의 이름을 팔아 한 몫 보려다 생긴 사건으로 판명이 난다 해도 이 의원의 책임이 완전히 면제된다고는 할 수 없다. 뭔가 허점을 보이고 빌미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오일게이트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 지는 지금으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앞으로는 “누군가 내 이름을 팔고 다니고 있다’고 안쓰럽게 해명하는 권력자의 측근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입력시간 : 2005-04-21 14:24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