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투수' 파란만장한 삶 마감

[피플] 재일동포 장명부씨 별세
'너구리 투수' 파란만장한 삶 마감

1980년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한해 30승(83년)이라는 전설적 기록을 남겼던 전 삼미 슈퍼스타즈의 ‘너구리 투수’ 장명부(55ㆍ일본명 후쿠시 히로아키)가 지난 13일 일본에서 숨졌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장 씨가 본인이 운영하던 와가야마현의 마작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14일 보도했다. 경찰은 장 씨의 사망원인을 병사라고 밝혔고, 일본 언론은 장 씨가 1년 전부터 마작하우스를 운영해 왔다고 전했다.

일본 돗토리(鳥取)현 출신인 장씨는 돗토리니시고를 졸업한 1969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으나 4년간 1승도 못 거두고 73년 방출됐다. 그러나 77년 히로시마 카프스로 옮긴 후 6년간 58승을 거두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장씨는 14년간 통산 91승 84패 9세이브를 기록하고 82년 일본 프로야구계를 은퇴했다.

이듬해 83년 연봉 4,000만 엔(당시 약 1억2,000만원)을 받고 한국 프로야구 삼미 슈퍼스타즈에 입단했다. 당시 OB베어즈의 박철순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 최고연봉(2,400만원)을 받았다.

장 씨는 한국에 온 첫해 시즌 최다인 30승을 거둬 화제를 모았다. 85년에는 시즌 25패(11승5세이브)를 기록했다. 86년 통산 55승 79패 18세이브의 기록으로 은퇴한 뒤 삼성과 롯데에서 코치를 하다가 91년에는 마약사범으로 구속돼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영구제명 당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택시운전 등 힘겨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한 시즌에 팀당 100경기(현재는 126경기)를 치렀던 입단 첫해 60게임에 등판(선발은 44차례)해 30승 16패 6세이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 중 36경기는 완투였고, 모두 427과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장 씨가 83년 수립한 한 시즌 30승 기록은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 요원의 개념이 없던 시절 달성된 엄청난 기록. 때문에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장 씨는 가끔 타자의 머리를 향해 '빈 볼'을 던지고도 벙글벙글 웃어 '너구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본에서 장 씨는 한때 마약을 접했던 잘못을 씻고자 오사카시 청각장애인 야구팀에서 무보수 코치로 활동했다. 6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세계장애인야구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장 씨는 10여년 만의 고국방문을 코앞에 두고 파란만장 했던 일생을 마감했다. 장 씨의 장례식은 미정.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4-21 18:19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