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호사까 유지의 '우리'


호사카 유지(49)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2003년 대한민국에 귀화 했다. 그가 지난 4월 4일 낸 ‘일본 古지도에도 독도는 없다’에는 ‘우리 나라’, ‘우리 민족’, ‘우리 끼리’처럼 조국을 바꿨음을 나타내는 ‘우리’라는 표현이 곳곳에 박혀 있다.

그의 책 1장은 우리들이 스스럼없이 부르는 노래 제목인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이 장만 읽어도 호사카 박사(1988년 한국에 와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 취득)의 ‘우리 땅’에 대한 사랑을 실감하게 된다.

4월 2~5일 국내 시단을 대표하는 44명의 시인은 독도에서 시 낭송회를 열려 했으나 격량으로 선상에서 낭독을 해야 했다. 그때 원로 시인 고은은 목이 메었다.

“네 이름을 부르러 왔다 / 네 이름을 불러 / 세상 아득히 / 너희의 천 년을 전하러 왔다 /독도/동해 독도”라 즉흥시를 외쳤다.

호사카 박사의 “독도는 우리 땅”은 시는 아니지만 고 시인이 외친 ‘동해 독도’가 “역사상 독도는 우리 땅”, “국제법상 독도는 우리 땅”임을 간결하게 실증 시켜주는 산문이다.

그의 실증은 일본에서 이번 격랑의 주모자인 마치무라 노부다끼 외상의 2005년 일본 외교청서 발표문(4월15일)을 앞지른 논파(論破)이기도 하다. 마치무라 외상은 “독도는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상으로 명백히 일본 고유영토다”라고 적시했다.

그는 귀화 이전부터 일본의 ‘우리’가 아니었다. ‘고지도에 없는 독도’를 실증시키기 위해 그는 숫한 옛 지도를 찾아 일본 각지를 다녔다.

그는 실물이 없는 지도는 일본지도센터에서 복사해 달라고 부탁해 영상자료로 노트북에 수록했다.

“그 쪽에서 논문을 쓴다고 하니까 의심하지 않고 복사해 주었는데 이런 말도 했어요. ‘우리’ 일본 사람끼리 하는 말이지만 다케시마(독도)가 없는 지도가 많다고요.”(오마이뉴스와 4월13일 인터뷰에서)

한국에 온지 15년 만에 한국인이 된 호사카 박사는 일본의 고지도에 독도가 없다는 것을 실증하기 전부터 “우리 일본 사람 끼리”의 ‘우리’는 아니었다.

도쿄대 금속공학과를 나온 그는 아버지의 가업(플라스틱 렌즈 공장)을 잇다가 실패하자 한국을 찾아 어린시절부터 꿈꿨던 공부를 시작했다. 그의 석ㆍ박사 학위 논문은 ‘일본제국주의의 민족동화정책 분석’.

그는 연로한 부모에게 귀화의 충격을 줄까 봐 ‘한국 시민권’을 얻었다고 지난 1월에야 털어 놓았다고 한다.

그가 ‘독도는 우리 땅’의 장에서 제시한 일본의 지도는 17가지. 가장 오래된 1849년 ‘대 일본국 군여지 전도’에는 오키섬은 있어도 독도는 없다. 독도는 1975년 일본정부 건설성 국토지리원이 작성한 국토기본도 작성지역 열람도에도 나와 있지 않다. 물론 TV에 나오는 일기예보 지도에도 독도는 나와 있지 않다.

호사카 박사는 100년 전 1905년 2월 22일 일본이 독도를 시마네현에 강제 편입 시켰지만 그 이후 일제 시대에서 까지 시마네현은 독도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고찰했다. 제국이 된 1917년 작성한 지도에도 시마네현의 관할 범위에 독도는 없다.

이제는 ‘우리’가 된 호사카 교수는 이처럼 일본에서 잊혀진 ‘독도’가 ‘다케시마’가 된 것은 1904~5년의 러ㆍ일 전쟁 중 전략적 사용을 위해 망루를 두었기 때문이며, 시마네현 일부 어민의 감치(물개의 일종)잡이의 거점이었다는 것이다. 물개가 남획으로 사라지자 ‘독도’는 일본의 지도에서 잊혀졌고 사라졌다. 결국 일본의 제국역사에는 ‘다케시마’는 없었다.

일본 역사에 사라졌던 독도가 다시 나타난 것은 전후다. 1946년 1월 29일 연합군 최고 사령관 맥아더는 일본에 포함된 지역과 제외된 지역을 명시한 각서를 냈다. 이 각서 3항 (a)에 ‘울릉도, 리앙쿠르 열암(다케시마, 독도)과 제주도’가 제외 됐다.

그러나 이 제외된 독도가 다시 살아난 것은 일본 외무성 당국자들의 엉뚱한 국제법의 해석에 있었다. 1952년 4월에 발표된 대일강화조약 2조 ⓐ에서“일본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제주도ㆍ거문도 및 울릉도를 포함한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와 권원(權原)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조문이다. 일본 정부는 ‘독도’가 명기 안된 것을 ‘다케시마’가 자기들 섬이라는 이유를 대며 국제법상 자기 영토임을 내세웠다.

그러나 호사카 박사의 반박은 명쾌하다. 그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禁反言의 원칙 : 한번 주장한 것을, 상대방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을 말을 바꾸어 주장하는 것은 원칙 위배다)에 의해 연합국 사령부에 의해 독도는 일본 영토에서 제외 되었다. 연합국인 영국, 호주, 중국은 독도를 일본 영토에서 제외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연합국 각서 3항 ⓐ조를 반복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독도는 시마네현의 관할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일본의 고지도를 살펴보면 독도는 지도에 없기에 일본 섬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일본의 섬인 적이 없다.

이번 독도 문제는 일본이 그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유엔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독도를 분쟁지역화해 영유권을 찾으려 하나 이는 국제법상으로 연합국들의 ‘금반언의 원칙’을 어긴 것이다. 독도는 국제법상으로 우리 땅이다.

마치무라 외상은 한국의 ‘우리’인 호사카 유지 박사의 ‘독도는 우리 땅’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5-04-26 14:51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