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NYT와 동아일보


동아일보 기자, 동아방송 서울시 출입 팀장, KBS 앵커, 부사장을 거쳐 세종대 언론대학원장을 맡고 있던 최동호씨가 올 3월 이 대학 사이버대학 총장이 되었다.

최 총장은 1970년대 말 한국일보 팀장으로 함께 서울시를 취재했던 나에게 그가 하려던 ‘인간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떠 맡겼다. 총장이 되어 바빠져서 였다.

4월 19일은 중간시험 과제를 설명하는 날이었다. ‘이런 기자가 되고 싶다’는 주제에 대해 리포트를 써오라는 과제를 수강생들에게 내줬다. 전날(4월 18일)에는 동아일보 새 편집국장으로 47세의 임채청 편집국 정치담당 부국장이 임명됐다.

68명 수강생 중 10명이 ‘이런 기자…’에 대해 썼고, 이들 중 2명이 동아일보에 대해 썼다. 그 중 한명은 “신문은 선거를 조작”하고 “인터넷은 옐로우 매체”며 “우리의 언론은 ‘제도언론’”이라 보았다. 그러나 이 수강생이 이상으로 삼는 언론의 자세는 “동아일보가 백지 광고를 견뎌낸 용기와 이에 지원 광고를 했던 독자의 힘을 느끼게 하는 신문 제작”이라고 썼다.

또 다른 수강생은 신문을 혹평 했다. “권력의 노예”, “권력의 허수아비”, “어린애도 아는 진실을 곡해 하는 신문”이라고 했다. 이 수강생도 동아일보가 “손기정의 앞가슴에 일장기를 지워 버린 독립정신이 강한 신문”이라고 했다. 그런 용기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물론 두 수강학생이 4월13일 저녁때 전격 사임의사를 밝힌 이규민 편집국장의 사퇴 이유를 몰랐을 것이다. 이 국장은 “비록 이 자리를 물러나지만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1등 신문, 정상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머리가 필요하면 머리로, 다리가 필요하면 다리로, 가슴이 필요하면 가슴으로 여러분 곁에서 백의종군 하겠습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사태를 지켜본 오마이 뉴스의 김성완 기자는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편집국 평기자 총회의 결의에 대한 이 국장 사의 성명을 “이 국장은 평기자들의 불만과 비판이 경영진에게 쏠리지 않도록 ‘바람막이’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평기자들은 11일 하오 총회를 열고 최근 기자들의 줄사표, 지면 경쟁력 저하, 비전 부재 등을 내세우며 편집국장 교체 등을 결의 할 태세였다.

두 수강학생의 동아일보에 대한 인상과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기신문에 대한 인식과의 차이는 너무나 멀다. 그럼 동아일보와 미국의 뉴욕타임스에 대한 신문의 비전 차이는 얼마나 멀까.

이에 대한 해답이 될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12월 뉴스위크의 미디어 분석 칼럼니스트인 세스 누킨은 2003년 4~5월 뉴욕타임스의 편집인, 편집국장 사임 파동을 다룬 책을 냈다. ‘중대뉴스(Hard News)’, 뉴욕타임스 스캔들이 미국 미디어에 미친 의미였다.

‘편견과 공포감 없이’, ‘뉴욕타임스에 나오는 활자는 모두 뉴스’라는 표어로 109년째 발행되는 신문. 미국신문의 대명사며 세계 신문의 지향(指向)인 이 신문은 2003년 4~6월 신문발행 이후 최대의 스캔들, 기자의 부정(fraud) 사건에 휩싸인다.

버지니아 출신 흑인으로 이 신문 인턴기자를 지냈던 제이슨 블레어가 쓴 4월26일자 1면 기사가 불씨였다. 그 때는 일단 바그다드에서 승전한 미군 중 1명만이 실종 중이었다. 텍사스 주 로스 프레스노에 집이 있는 에드워드 안귀아노 하사. 블레어는 그의 어머니 제니퍼가 아들을 기다리는 쓸쓸함을 기사화 했다.

그때 로스 프레스노에 주말 휴가차 온 ‘샌 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의 편집국장 로버트 리버드는 블레어의 기사가 18일전 그의 신문에 실린 안귀아노 어머니 기사를 빼닮은 데 놀랐다.

리버드는 뉴스위크의 수석기자 출신이었고 어느 정도는 뉴욕 신문들의 행태를 알았지만 NYT가 그런 표절을 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블레어는 현장에 와서 보도 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또 하나의 우연은 블레어와 함께 NYT에서 인턴을 할 마케레나 헤르난데스가 쓴 기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아들이 참전하기 전 어머니에게 사준 응접실 세트를 뜯지 않은 채 아들이 살아오길 바라는 모습도 같았다.

당시 NYT 편집인 하월 레인스는 휴가 중이었고 흑인 편집국장인 제럴드 보이드는 빗발치는 미디어 비평 기자들에게 “NYT는 그런 부정을 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NYT의 미디어 비평 기자인 자크 스타인버그 기자 등이 조사에 나선 끝에 밝혀진 것은 블레어는 텍사스에 간 적도 아키아노의 어머니를 만나지도 않았으며 전화만 했을 뿐이라는 것.

뉴욕타임스의 편집국 기자들은 편집인의 편협한 뉴스 인식, 이를 반대 없이 따르는 흑인 편집국장 때문에 미국 신문의 대명사인 NYT가 그 면모를 잃었다고 총회를 요구했다.

발행인이며 NYT 회장인 아서 슐츠버거 2세는 6월5일 “슬프지만 뉴욕타임스를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두 사람의 사표를 수리한다”고 총회에서 밝혔다. 그리고 그는 “오늘은 가슴이 찢어지는 날”이라며 울먹거렸다.

세스 누킨은 “블레어 스캔들의 원인은 발행인 슐츠버거 2세가 편집인, 편집국장을 잘못 선택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동아일보 새 국장은 누킨의 ‘중대 뉴스’를 읽기 바란다.

전 하기 전 어머니에게 사준 응접실 세트를 뜯지 않은 채 아들이 살아오길 바라는 모습은 문장도 같았다.

그 때의 N.Y.T 편집인 하월 레인스는 휴가 중이었고 흑인 편집국장인 제럴드 보이드는 빗발치는 미디어 비평 기자들에게 “N.Y.T는 그런 부정을 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N.Y.T의 미디어 비평 기자인 자크 스타인버그 기자 등이 조사에 나선 끝에 밝혀진 것은 블레어는 텍사스에 간적도 아귀아노의 어머니를 만나지도 않았으며 전화만 했을 뿐이었다.

뉴욕 타임스의 편집국 기자들은 편집인의 정신병적으로 편협한 뉴스 인식, 이를 반대 없이 따르는 흑인 편집국장 때문에 미국 신문의 대명사인 N.Y.T는 그 면모를 잃었다고 총회를 요구했다.

발행인이며 N.Y.T 회장인 아서 슐츠버거 2세는 6월5일 “슬프지만 뉴욕타임스를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두 사람의 사표를 수리한다.”고 총회에서 밝혔다. “오늘은 가슴이 찢어지는 날”이라며 울먹거렸다.

세스 누킨은 결론내리고 있다. “블레어 스캔들의 원인은 발행인 슐츠버거 2세가 선택한 편집인, 편집국장 선택의 잘못에 있다. 블레어는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N.Y.T 기자가 못 되었을 것이다.” 동아일보 새 국장은 누킨의 ‘중대뉴스’를 읽기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5-05-03 20:03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