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 제2의 코트인생 화려한 개막

[피플] 허재, 전주 KCC신임 감독으로 취임
농구대통령, 제2의 코트인생 화려한 개막

작년 5월. ‘농구대통령’ 허재(40ㆍ전 TG삼보)의 20년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은퇴 경기가 있었던 원주 치악체육관 주변은 아침 일찍부터 그가 떠나는 마지막 무대를 보려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그의 은퇴를 축하하는 혹은, 아쉬움을 전하는 수많은 플래카드들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고, 체육관의 3,000여 관중석은 한국 농구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영웅의 아름다운 퇴장을 지켜보려는 팬들로 가득 찼다.

그로부터 1년. 그가 코트로 다시 돌아왔다. 5월 18일 전주 KCC 이지스 신임감독으로 취임한 것이다. 제 2의 농구인생을 다짐하던 취임식에서 허 감독은 “우승은 모든 감독이 갖는 목표다. 내가 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 코트에 설 의미가 없다”며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KCC는 그의 실업과 프로 현역시절 TG와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팀이다.

1983년 청소년 대표팀 가드로 농구를 시작한 허 감독은 용산고 농구팀, 중앙대 농구팀을 거쳐 1985년에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돼 공전의 인기를 구가했다. 98년에는 ‘97~98 프로농구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해 농구 선수로서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 그는 농구 바닥에서는 이례적으로 모델 업체의 베스트 드레서상을 받을 정도의 멋있는 스타일로 경기장마다 여성 팬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기도 했다.

“어리둥절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찬스’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감독직에 오른 그의 소감이지만 농구로 치자면 이번 일은 농구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셈이다.

“ ‘농구대통령’에서 ‘대통령감독’으로 옮겨 가겠습니다.” ‘농구9단’, ‘농구천재’, ‘농구박사’ 등 화려한 꼬리표들이 설명하듯 종횡무진 코트를 휘저으며 보여줬던 눈부신 플레이들이 벤치에서 어떻게 승화할 지 팬들은 이미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5-26 18:49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