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폐암은 불치병 아닌 난치병


지난 4월말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의 암 발생 현황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국인이 평균 수명(남성 72.8세ㆍ여성 81.1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남자는 3명 중 1명, 여자는 5명 중 1명 꼴로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내가 일흔(혹은 여든)까지 사는 동안 주변의 친구와 동료, 가족이 암에 걸릴 수 있다. 아니 그게 바로 나일 수도 있다.’ 소름 끼치는 일 아닌가. 물론 통계가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암이 바로 우리 옆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 한국인을 가장 못 살게 구는 암은 위암이다.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 그런데 더욱 위협적인 암은 따로 있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의 폐암이다. 이 몹쓸 암은 잠수함이 발사하는 어뢰처럼 부지불식 간에 사람의 건강을 앗아가 버린다. 한 번 걸리면 완치가 어려울 뿐더러, 설사 수술에 성공해도 쉽게 재발하기도 한다. 암 전문의들이 예후(豫後)가 매우 안 좋은 대표적 암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러잖아도 암이라고 하면 벌벌 떠는 마당에, 폐암이 더욱 더 큰 공포로 다가오는 이유다. 인터넷 폐암 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수기들을 보면 당사자와 가족의 황망함이 쉽게 읽혀진다. 대체로 말기에 암이 발견돼 병원으로부터 수술이나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들은 경우가 많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인지, ‘명의’나 ‘묘약’을 찾는다는 글들도 부지기수다.

명망 있는 전문의들은 이렇게 충고한다. 폐암이 완치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죽을 병도 아니니 지나친 근심은 말라고. 최근엔 화학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면역 치료 등 폐암을 억제하고 공격하는 신 치료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삶의 꿈을 잃지 말라고도 한다.

어렵사리 고난을 극복해낸 환자들의 조언도 비슷하다. 절망을 희망으로 조금씩 바꿔 가면서 병도 크게 호전됐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산다. 스스로 받아들이고 조절하는 데서 이기느냐, 지느냐가 결정된다. 암, 그 중에서도 폐암이 특히 그렇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6-02 18:4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