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칼럼] 광란의 아파트값


이건 광란이다. 달리 어떻게 표현할 말이 없다. 서울 강남권과 이른바 판교 후광 효과가 예상되는 분당ㆍ용인ㆍ과천 등 수도권 지역 아파트값 폭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 지역 부동산 시장에선 요즘 억, 억 소리가 넘쳐난다. 웬만한 중대형 아파트들의 가격이 올들어 5개월간 최고 수억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1억원도 적은 게 아닌데 수억원이라니, 그것도 반년도 안 된 기간에 가만히 앉아서 이렇게 치솟다니. 해당 아파트 소유자들이야 흐뭇한 마음에 표정 관리를 해야 할 판이지만, 이를 “어, 어” 하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일반 서민들로서는 허탈하다 못해 복창이 터질 일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아파트값 폭등이 정부의 잇단 강도 높은 규제책에도 아랑곳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볼 테면 해 봐라”라며 정부 정책을 완전히 무시하는 꼴이다. 급기야는 서울 송파구 중개업소들이 “집값 급등은 우리 탓이 아니다”라며 집단 휴업에 들어가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저금리를 비롯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허술한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수요 공급이라는 시장의 논리를 소홀히 한 채 분배나 서민 층 보호라는 명분에만 집착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집값 폭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시장 원리에 좀더 충실하게 다가가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급 확대와 수요 분산, 그리고 수요 억제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공급 확대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재건축 규제는 재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재건축 규제 정책의 핵심은 소형 평형 건립 의무화와 개발이익 환수에 따른 임대 아파트 건립, 후분양제 등이다. 이 가운데 소형 평형 의무화와 임대 건립이 중대형 공급을 줄여 가격을 끌어 올리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로 지적된다. 소형 아파트를 많이 지어 서민 주거 생활을 안정시킨다는 취지에는 반대할 사람이 없다. 그러나 이로 인해 중대형 공급이 제한됨으로써 가격이 급등하고 이 영향으로 소형까지 덩달아 값이 뛰게 되면 결국 서민들만 또다시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소형 건립 의무 비율을 완화해 중대형 공급을 늘리는 등 시장 상황에 따른 탄력적 운영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판교 신도시의 중대형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판교 신도시는 당초 강남 대체지로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계획이 여러 번 바뀌어 소형이 전체의 70%를 넘는 등 고급 주거지로서의 매력이 상당 부분 퇴색해 버렸다. 이에 따른 반사 작용이 분당ㆍ용인 등 주변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값을 끌어올린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분양 일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중대형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공급 확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수요 분산이다. 강남과 분당 지역 등의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그만큼 살기가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환경ㆍ교통ㆍ교육 등의 여건이 다른 지역보다 낫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비슷한 여건을 지닌 지역을 다른 곳에 만들어야 수요가 분산된다. 대표적인 것이 신도시다. 그러나 잇단 신도시 건설로 인한 난개발의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낙후한 강북 개발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을 정부가 직접 나서 좀더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특히 강북 지역에 구역별로 강남 학교 못지 않은 명문 중고교를 육성하는 방안을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수요 억제 시책도 강력하게 펼쳐야 한다. 수요 억제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세금이다.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추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일단 옳다고 본다. 다만 시행과정에서 조세 저항에 밀려 대상의 축소 등 일부 후퇴한 것은 아쉬움을 준다. 또한 세금 조정 과정에서 저가 주택의 부담은 되레 늘어나고 고가 주택은 줄어드는 경우가 생긴 것도 문제점으로 남는다. 좀더 정밀한 대처가 필요한 대목이다.

아파트값 폭등은 경제에 엄청난 위협을 줄 수 있는 시한 폭탄이다. 정부는 폭탄이 터지기 전에 빨리 수거에 나서야 한다.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입력시간 : 2005-06-15 14:06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