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알려져 친부모 만나게 됐으면…"

[피플] 입양아 출신 여배우 데보라 크레익
"얼굴 알려져 친부모 만나게 됐으면…"

올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과 극본상을 차지한 ‘제25회 푸트남 카운티 스펠링 대회(The 25th Annual Putnam County Spelling Bee)’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주목 받은 여배우 데보라 크레익(31) 씨. 그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이다.

한국 이름은 우연정. 그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오빠와 함께 홀트아동복지재단을 통해 미국 플로리다의 루터교 목사 가정에 입양돼 ‘코리안 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으로 자랐다. 플로리다에서 해리슨 예술학교를 졸업한 그는 21살에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뉴욕으로 갔다. 주머니엔 단돈 500달러가 전부였다. 뉴욕을 유랑하던 그에게 기회를 준 곳은 ‘마이(Ma-yi) 극단’. 거기서 배고픈 수련기를 거친 그는 96년부터 TV 시리즈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99년부터는 영화배우와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활동했다. 드디어 그는 대망의 브로드웨이 무대 데뷔작인 이번 작품으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9일 한국에서 걸려온 취재전화에 그는 서툰 한국어로 자신의 한국 이름과 피줄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제 이름은 우연정입니다. 제 소식이 고국에 알려져 낳아 주신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만날 수 있나요? 만나고 싶어요. 제가 누굴 닮았는지, 함께 입양된 오빠 말고 다른 형제도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우리 남매를 이 먼 곳으로 보냈는지…” 수 십년 그의 가슴 속 묻어 두었을 그리움과 물음표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그를 유명하게 한 뮤지컬 ‘스펠링 대회’는 영어단어 스펠링을 알아맞히는 시합에 참가한 6명의 청소년들의 심리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그는 여기서 한국에서 이민 왔지만 6개 국어에 능통한 ‘마시 박’ 역을 맡아 한국의 과외열풍을 풍자했다. 지금 이 작품은 뉴욕의 서클 인 더 스퀘어 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그는 자신이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자 주변에 “미국 주류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는 한인사회를 이번 공연을 통해 널리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한국계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6-16 19:38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