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과 현대사회] 취재원 보호와 비밀


얼마전 뉴욕타임스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장본인인 워싱턴 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을 가리켜 미국 언론계의 톰소여와 허클베리핀이라고 표현했다.

톰소여와 허클베리핀은 보통의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속의 개구장이이자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의 주인공들이다. 두 주인공들은 공교롭게 모두 모험을 좋아하고 또 보물에 대해 비밀을 끝까지 지키는 십대들로 작가 마크 트웨인은 묘사하고 있다. 그런 마크 트웨인의 묘사가 아마 뉴욕타임스로 하여금 두 언론인을 그렇게 부르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이 간다.

비밀을 무덤까지 안고 간다는 것이 말이 쉽지, 실제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번스타인과 우드워드가 존경을 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난 30여년간 비밀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는 마크 펠트가 자신이 내부 고발자임을 ‘베니티 페어’에 밝히기 전에 공동으로 발표하자는 우회적인 제의도 거절함으로써 취재기자가 취재원보호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에 관한 하나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취재원을 보호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취재원이 deep throat, 즉 내부고발자의 성격을 띨 경우에는 더욱 어렵고, 기사의 신뢰성 논란으로 인해 종종 밝히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민사법정에서는 취재기자가 증언을 거부하다가 법정 모욕죄로 처벌받는 사례가 허다하다. 그러나 당사자는 언론자유의 희생양이자 순교자로서 갈채를 받는다.

취재원에 대한 묵비권은 취재기자가 자신이 수집한 정보의 출처를 비밀로 할 수 있는 권리, 또는 검찰의 수사과정이나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이에 대한 증언을 요구받았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유렵의 여러나라들은 대부분 취재기자의 취재원보호권을 인정해 주고 있다.

우리의 경우 형사소송법 149조(업무상 비밀과 증언거부)와 민사소송법 286조(증언거부권)는 변호사, 회계사, 의사, 약사, 종교직에 있는자 또는 이러한 직에 있었던 자의 직무상 비밀에 대한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증언거부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취재기자에게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건국초기부터 취재원의 보호문제가 제기되었고, 1896년 메릴랜드 주에서 보호법, 이른바 Shield law 가 최초로 통과되었다. 그러나 1933년까지는 이에 따르는 주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경우 증언거부권 내지는 비닉권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취재원의 보호를 위한 기자들의 이러한 특권(newsman's privilege)이 민감하게 대두되기 시작했던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다.

마약문화, 민권운동, 반전운동 등 사회적 무질서와 폭력사태들이 발생함으로써 수사기관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자료의 제출을 위한 소환장이 많이 사용되면서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현재 31개 주에서는 취재원보호를 위한 보호법이 제정되었으나 연방차원의 법률은 없다. 취재원 공개를 거부한 기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지난 2월 제출한 미 공화당의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은 "기자들이 협박이나 구속의 두려움 없이 취재원을 찾아 보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취재원 보호를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막상 일이 터지면 법적으로 따지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우선이고 또 대개는 해결되기 때문에, 취재기자의 진술거부가 법적으로 문제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취재원의 보호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국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결국에 가서는 정의의 실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론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김동률 연세대 언론연구소, 매체경영학 박사


입력시간 : 2005-06-22 16:19


김동률 연세대 언론연구소, 매체경영학 박사 yule21@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