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힐러리의 '마음'과 클라인의 '눈'


내 마음과 남의 눈은 차이가 크다.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쓰는 내 마음의 눈과 탐사로 남의 회고록을 쓰는 작가나 기자의 눈은 사뭇 다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터넷 책방 아마존 닷컴에서 6월21일 발매를 시작한 에드워드 클라인의 ‘힐러리의 진실-그녀는 무엇을 알았고 언제 알았으며 그리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는 판매량 순위가 초기 2위에서 6월 30일 9위로 떨어졌다.

힐러리 클린턴이 퍼스트 레이디를 떠나 뉴욕주 상원의원이 되어 쓴 회고록 ‘생생한 역사’(2003년6월 발간)는 이날자로 4,938위, 남편 클린턴이 쓴 ‘마이 라이프’(2005년5월)는 5,406위 였다. 적어도 5만권 이상의 책에 대해 판매량 순위를 매기는 아마존 닷컴에서 5,000위 근처에 있는 것은 꽤나 많이 읽힌다는 의미가 된다.

힐러리에 대한 모든 것을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미 국민에게 던진 클라인의 책은 계속 클린턴 부부의 ‘내 마음’을 쓴 회고록처럼 롱런 할까. 답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6월 25일 뉴욕 프러싱 메도나 코로나 파크에 8만 명이 몰린 가운데 86세 빌리 그래함 목사의 미국에서의 마지막 부흥회장에 클린턴 부부가 나타났을 때 환호가 있었다.

그래함은 연약한 목소리로 부부를 부추겼다. “클린턴 부부는 훌륭한 내 친구다. 위대한 부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세계를 위한 전도사가 되라. 그리고 부인이 이 나라를 경영토록 하라.”

클라인의 책이 나왔을 때 힐러리의 대변인은 이렇게 내뱉었다. “이 책은 돈을 벌기 위해 사실을 버린 쓰레기다.” 힐러리에 비판적인 책 (‘힐러리 클린턴을 반대하는 이유’. 2000년 나옴)을 썼던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 페기 누난(레이건과 H.W.부시의 연설문 작성자)은 점잖게 비평했다. “이 책은 덜된 생각으로 얕은 소스에 근거해 불충분하게 썼다. 논쟁이 될 말들이 가득하지만 탐사적인 책은 아니다.” 누난은 덧붙였다. “클라인의 문제점은 책 판매를 위해 보수우파를 겨냥 했지만 너무 보수주의자를 바보로 취급한 점이다. 그들은 견실한 소스를 바라고 새로운 정보가 진실이기를 바란다.”

뉴욕 타임스의 매거진, 뉴스위크의 편집자였고 ‘케네디가의 저주’ 등 10여권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클라인의 책은 초판 35만부가 팔렸지만 암담한 처지에 빠졌다.

보수주의 우파는 이미 나온 책과 기사들을 짜깁기한 우파의 헐뜯기를 교묘한 글재주로 돈벌기 위해 만든 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고소하자는 파보다 2008년까지 이런 책은 수 없이 나올 것이니 무시하자는 쪽이 더 많다.

아마존 닷컴에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실명으로 서평을 쓰는 시민독자인 데이비드 풀츠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책은 짜깁기 책이다. 짜깁기에도 정도가 있다. 중요한 사실을 누락하거나 생략하거나, 조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풀츠는 그 예를 들었다. 2000년2월4일. 힐러리는 백악관 영화실에서 6일에 있은 상원 출마 공식선언문 초안을 만들고 연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때 객석에 있던 클린턴이 일어나며 고함쳤다. 이 장면은 클라인의 책에는 29자로 요약 되어 있다. “당신은 이 연설문에 왜 내가 이곳에서 지금 출마하는 이유를 넣어야 해!” “힐러리가 대답 했다. 왜냐구요. 나는 매조키스트(masochist : 피학대 음란증자)니까 라고 반농담으로 곧 되받았다.”는 것이다.

클라인은 주요한 새로운 사실에 대해 ‘이름을 밝히기를 거절’하는 소스에서 얻은 사실임을 적어도 70여 곳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매조키스트’ 발언의 근거는 클린턴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시드니 불루멘탈(‘클린턴 부부의 전쟁’의 저자. 2003년 나옴)의 책에서 인용했다고 밝혔다.

블루멘탈의 ‘전쟁’에는 1쪽 분량 정도 이 장면이 나온다. “‘나는 매조키스트니까요.’라는 말이 나오자 우리(힐러리 참모들)는 모두 폭소 했다. 클린턴은 연설문을 고치기 시작했다. ‘연설이 시작되면 청중들은 발을 구르고 춤 출거라고,’ 그렇게 하려면 이 말이 들어가야 돼. ‘왜 일리노이즈 주(힐러리의 고향), 아컨소, 알라스카가 아니고 뉴욕이냐는 이유 말이요. 꼭 이 말은 집어넣어야 해요.’ ‘나는 공중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내 인생을 포기 할 수 없다’는 것을 결국 그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나는 본래 작은 정치 입안자에 지나지 않아요. 나는 아동들을 위한 보다 나은 삶을 만들고 싶어요. 너무 외울 것 많아 졌군요.”라고 블루멘탈의 책은 이 장면을 적고 있다.

시민 서평가 풀츠는 클라인이 그의 책에서 익명의 소스를 들이대며 힐러리가 ‘레즈비언’임을 증명하려 했고 “나는 매조키스트니까요”의 발언의 속뜻을 거두절미하고 ‘레즈비언’으로 만들었다고 결론 내렸다.

클라인은 변명했다. “나의 익명의 소스 문제에 대해서는 40여년을 언론인으로 일해 온 점을 참작해 달라. 소스는 정확하다. 나에게는 힐러리의 2008년 대선출마와 당선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내가 아는 힐러리는 야심찬 거짓말쟁이다. 그때가 오면 ‘닉슨의 시대’가 다시 올까 두렵다. 이런 책이 계속 나와 논쟁이 계속 되었으면 한다.”

힐러리의 ‘내 마음’(어린이를 위한 더 낳은 세계 만들기)은 클라인의 ‘남의 눈’(음모와 법 왜곡의 ‘닉슨의 시대’의 재림)과 너무나 거리가 있다. 2008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5-07-06 18:34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