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석연치 않은 대관 취소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때인가 중학교 때인가. 그 당시 배웠던 것으로 기억 나는 내용 중의 하나.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집회를 여는 행위에 대해 국가가 이를 제한하거나 간섭해서는 아니 된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중 집회 결사의 자유를 설명하고 있는 대목이다. 물론 그 기본권도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관점에서 지난 달 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있었던 일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6월 29일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이 한데 모여 권익을 주장하고, 그들만의 파티를 열려다 생각지도 않은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체조경기장을 빌리기 위한 모든 행정상의 절차를 끝내놓고 행사 날만 기다려 오던 그들에게 별안간 ‘경기장 대관이 취소됐다’는 통보가 떨어진 것이다. 행사 이틀 전에 벌어진 일이라 다른 장소를 물색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취소통보와 함께 의당 밝혀야 할 이유를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아, 집회를 막으려는 저의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참가자들은 강하게 믿고 있었다.

애초 경기장 대관 신청 당시 행사 주최측이 관할 경찰서에 집회 타당성 검토를 의뢰했을 때 ‘무리 없다’는 입장을 취했고, 경기장측에서도 문제 없다며 대관을 결정해 계약까지 했었다. 그런데 당국이 입장을 급선회한 이유는 뭘까. ‘대관료 입금이 늦었다’ 는 게 경기장측이 밝힌 공식적인 이유다. 그러나 경기장 대관업무 담당자가 “내 손을 떠난 일”, “여성부에서 대관을 해도 좋다는 전화 한 통만 줘도 문제가 없을텐데…’라고 말했다는 것에서 석연치 않은 배후 압력설이 강하게 제기된다.

행사 기획사 관계자에 따르면 업계 관례상 대관료는 행사가 끝난 뒤에 지불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는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 여성부는 당당하게 말하지 않았을까. 성매매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고,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여는 집회를 막는 것은 사회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했다고. 여성부는 이 말을 끝내 하지 않음으로써 집창촌 여성들을 ‘함께 목소리를 내거나 하루의 축제조차 열지 못하는 집단’으로 만들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 아닌가 스스로 되새겨 볼 일이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7-07 17:29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