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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누굴 위한 부동산 정책인가


토지와 주택 정책을 관장하는 건설교통부 실무 부서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부동산 투기 실태와 사례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 자료가 좀 있을까요?”

한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시장 전반을 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나 실태 자료는 없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투기가 사실 광범위한 데다 관련 법령도 너무 많습니다. 또 투기를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 하는 것부터가 어렵지 않습니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같은 애매모호함이 있죠.”

다시 물었다. “명색이 부동산 관련 주무 부처인데 현장의 실태나 사례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되네요.” 이에 대한 한 관계자의 답변은 이랬다. “예? 주무 부처요? 글쎄요, 저희들이 주무 부처인가요. 다른…”

답답한 마음을 숨긴 채 “아, 뭐 재경부나 그런 곳들 말인가요? 예, 알겠습니다” 하며 얼른 수화기를 내려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4대 권력기관이라는 국세청에 전화를 걸었다. 그들의 비밀스러운 업무 관행 상 역시 별로 얻을 게 없었다. 이런 말은 하나 들었다. “세금을 탈루하지 않으면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은 아시죠?”

전화로 잠깐 대화를 나눈 그들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아쉬움은 남는다. 망국병이라는 부동산 투기가 근절되지 않고, 소득 있는 곳에 제대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힘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이 마지막 기댈 곳은 어딘가. 사회 곳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제대로 모른 채 정부 정책이 나오고 있다면 그것은 한낱 탁상공론에 불과하지 않은가.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무주택자가 50%를 상회하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다. 이 같은 현실 속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 값이 서민들 가슴에 얼마나 큰 대못이 되는지 정부는 아는 지 모르겠다. 노트 북을 접는 마음이 답답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5-07-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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