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욕망·돈·법 뒤얽힌 짝퉁 경제학


아파트의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평당 가격이 100만 원 이상 오른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2000년부터 본격화한 브랜드 아파트 시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 외벽의 이름을 ‘래미안’, ‘푸르지오’ 등으로 변경하는 것만으로 가격이 그만큼 올라간다는 요지였다.

34평이라면 아파트값을 3,400만 원 올릴 수 있는 셈이니, 눈 지긋이 감고 한번 해볼만한 일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80%정도의 입주민들이 그 작업에 찬성했다고 한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성해 어느 지방에서는 ‘라미안’, ‘푸르지요’ 등의 짝퉁 아파트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집값 올리기’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 기저에는 브랜드, 명품에 나약한 국민성이 깔려있다고 한 공인중개사가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미안’, ‘푸르지요’외에, ‘Bean Gone(Bean Pole)’ , ‘PAMA(PUMA)’, ‘NICE(NIKE)’ 등 가짜 티를 ‘팍팍’ 내는 짝퉁들은 해외 명품 브랜드의 모조 제품들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언뜻 진품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짝퉁으로 변하고 마는 그 인식의 과정에서 우리는 한번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끝까지 자신이 진품인척 하는, 교묘하게 진품을 베낀 명품 짝퉁들이다. 은밀하게 거래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단속의 손길을 피해 비밀스럽게 거래되지만, 그처럼 드러내놓고 사용되는 물건도 드물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몸에 걸친 옷, 시계, 신발, 가방이 무슨 브랜드냐에 따라 또래집단에서 모종의 서열이 매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 같은 서열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명품을 탐하고, 이를 위해 ‘명품계’까지 결성할 정도다. 짝퉁은 돈 덜 들이고 젊은이들의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법이라는 현실적 규율을 넘을 수는 없다.

관세청에서는 가짜 상품 때문에 떨어진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짝퉁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상표없이 수입돼 국내에서 부착되는 짝퉁, 국내에서 생산돼 내부에서 유통되는 명품 짝퉁들이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암암리에 거래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사실 힘들다. 관세청의 손길도 그나마 국경을 넘나드는 물건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 이런 점에서 수요는 거래상의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게 하는 힘이다. 짝퉁을 찾는 사람이 있는 한 짝퉁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짝퉁과의 전면전’은 지속하면서 명품의 포로가 된 국민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한번 구상해보면 어떨까. 짝퉁 시장 취재를 한 후 ‘호랑이 굴’을 나오면서 생각한 나름의 해법이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8-04 17:50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