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방폐장 아우성 유감


방폐장(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믈 처분장) 전쟁이 한창이다. 8월31일 1차전과 11월 말 최종전을 위해 주력군에 후방군까지 나섰다. 그러나 방폐장이 무언지, 왜 지금 필요한지 진지한 설명이나 이해는 찾기 어렵다.

방폐장 문제에 소리 높이고, 핏대를 세우며, 얼굴을 붉히던 지자체는 요즘 몸이 달아 올랐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는 유행가마냥 얼마나 변했는지 알리는 데 체면도 차릴 겨를이 없을 정도다.

좋게 보면 지역 위해 한 몸 던지는 눈물겨운 사투지만, 과거에 모른체 하거나 무시하던 전력을 생각하면 뭔가 매끄럽지가 않다. 목에 무엇인가 걸린 듯한 느낌이다.

방폐장만 들어서면 특별금 3,000억원에 부수익까지 생기니, 그야말로 흥부네 박 타는 양 눈독을 들이는 처신에서는 서글픔마저 느껴진다.

개인적인 자리 보존을 위해 방폐장에 괜한 시비를 걸었다가 180도 태도를 바꿔 박씨 문 제비 맞아들이듯 무작정 달려드는 데에서는 진지함을 찾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효용과 위험이라는 양날을 가진 방폐장에 지역 주민만 다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

정부도 마찬가지다. 안면도와 부안에서 크게 당한 상처를 이해하지만, 주민을 이해시키고 감시자의 눈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보다 ‘달콤한 유혹’을 앞세워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려 는 듯한 모습이다.

초지일관 ‘반대’만을 외치는 일부 시민단체엔 이제 그나마 가졌던 기대를 덮고 싶다. 챙길 것 다 챙기면서 점잔만 떠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이중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갖는 것조차 아깝다.

어쨌든 1차전에 6곳 정도가 도전권을 갖게 됐다. 그러나 잡음은 여전하다. 방폐장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온데간데없고, 욕망과 허언이 난무해 최종 후보지가 결정 되어도 후유증이 우려된다.

이제 한 번쯤 숨 고르기를 해봄 직하다. 그래서 시급하다면 더욱 속도를 내야하고, 다소간 여유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이해와 합의는 필수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모두들 제 자리로 돌아가 제 역할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할 때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8-30 17:41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