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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생각]'선영'과 '선산'


어느 신문의 부음란에 다음의 내용이 실려 있다.

‘신영창(○○증권 조사팀장) 부친상=28일 오후 12시50분, 빈소 신촌○○병원 영안실 3호, 발인 9월30일 오전 8시, 장지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선영 (02)392-0000’

위의 부고는 담아야 할 내용은 다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인물, 상(喪)의 종류, 별세 일시, 빈소, 발인 시각, 장지, 연락처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장지가 ‘선영’이라는 대목은 재고해야 한다. ‘선영(先塋)’이란 ‘조상의 무덤’을 뜻하므로, 부고 내용을 액면대로 해석하면 조상의 무덤을 파고 그 자리에 아버지의 시신을 매장하겠다는 뜻이 된다.

이 부고를 작성한 사람은‘선영’을 조상의 무덤이 있는 산인 ‘선산’과 같은 말로 본 것 같다. 그 동안 부고대로 ‘실시’했다면 참으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조상 묘를 파는 ‘몹쓸 짓’을 저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선영’을‘선산’으로 여기고 ‘알아서 처리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선영’과 관련한 속담으로 “선영 덕은 못 입어도 인심 덕은 입는다”는 말이 있다. 죽은 조상에게만 바랄 것이 아니라 이웃 간에 화목하고 서로 도와주는 의리를 지켜야 자신도 도움 받는다는 사실을 함께 기억했으면 한다.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김희진 hijin@mct.go.kr


입력시간 : 2005-10-0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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