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생각] 유명세는 '고통스러운 세금'인가


‘유명세’란 말을 여기저기서 꽤 많이 한다. 예를 보자.

(1) 장윤정의 ‘어머나’는 이번 공연에서도 많은 일본인 관객이 따라 부를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H경제)

(2) (이 영화는) 유명세와 규모에서 다른 영화를 압도한다.(S일보)

(3) 김주혁이 체코 프라하 현지 촬영에서 배낭족들에게 톡톡히 유명세를 치른 것.(중략) 그러나 이런 상황이 촬영팀에게는 악재였다. 국내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것도 아닌데, 촬영장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한국인 배낭여행객들이 김주혁 주위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K신문)

(1)의 ‘유명세를 타다’는 ‘유명해지다’의 뜻으로, (2)의 ‘유명세’는 ‘지명도’의 뜻으로 쓰였다.

(3)의 경우,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인공이 배낭족들의 인기를 끌었다면 ‘인기몰이’를 한 것이요, 이들에게 둘러싸이는 바람에 촬영에 지장을 받았다면 “유명하기 때문에 치르는 일종의 세금”으로 볼 수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유명세’를 (3)의 두 번째 뜻인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까닭에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했다.

이에 따른다면 (1), (2)는 ‘유명세’를 쓸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미 상당한 세력으로 ‘유명해짐’, ‘지명도’ 등으로 쓰이고 있음을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유명세(有名稅)’ 외에 동음어(同音語) ‘유명세(有名勢)’도 하나의 표제어로 등장할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입력시간 : 2005-10-11 15:23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