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칼럼] 재정 적자와 세금 논쟁


요즘 나라 살림에 비상이 걸렸다. 돈 쓸 데는 많은데 들어 오는 것은 시원치 않아 빚만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는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하고 나선 형국이다.

기존 세목의 세율을 높이거나 조세 감면 축소ㆍ폐지를 추진하고, 새나가는 세금을 막겠다며 세무조사를 통해 기업들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게다가 없는 살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벌과금 확보를 위한 교통 단속 등도 강화했다는 소식이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안쓰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세금 긁어 모으기 시도는 결국 국민과 정치권의 반발을 사 그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에선 한술 더 떠 9조원에 육박하는 감세안을 주장해 세금을 둘러싼 논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감세에 의한 소비 증대와 투자 유발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고, 오히려 재정 적자만 심화할 것으로 보여 현 시점에선 부적절하다고 분석된다.

세수 부족 규모는 최근 몇 년간 해마다 늘어나 작년 4조3,000억원에서 올해는 4조6,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더욱 확대돼 7조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처럼 나라에서 쓸 돈이 모자라게 되는 원인은 따지고 보면 간단하다. 돈 들어 올 것은 생각 않고 쓸 데만 자꾸 벌여 놓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행정도시 건설, 국방개혁, 대북 지원 등 대규모 자금이 들어갈 사업을 잇달아 추진 중이다. 사회적 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복지 부문에도 많은 예산을 잡아 놓고 있다. 그러니 나라 살림이 쪼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세수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다.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는 것과 세금 쓸 곳을 줄이는 것이다.

우선 세금을 늘리는 것부터 생각해 보자. 세금을 늘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존 세금의 세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세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부가 법인세와 소주ㆍLNG에 대한 세율을 높이려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것은 당연히 납세자의 부담을 늘리게 된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서민이 세금마저 오르면 반발이 심해질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납세자 부담 증가 없이 세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탈세를 막는 것이다. 세금이 부당하게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기만 해도 세수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국세청에서 세무조사 등을 통한 징세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세무조사는 역시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는 세수를 줄게 할 수 있으므로 적정하고 합리적인 세무조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무조사 외에 선진적인 탈세 방지 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납세자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세수를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경제 성장이다. 사실 최근의 세수 부족은 경기 침체에 따른 저성장이 주요 원인 중의 하나다.

경기가 살아나 기업이 잘 돌아가야 경제 성장도 되고 세금도 늘어나 나라 살림에 쓸 돈이 많아지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니 당연히 세수가 펑크날 수 밖에 없다.

양극화 해소와 균형 발전을 위해 복지 예산을 확대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은 파이를 늘리기 위한 성장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세금 쓸 곳을 줄이는 것이다. 불요불급한 예산 사용을 없애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나름대로 예산 낭비 억제를 위해 지출 부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미미하다.

특히 정치적 배경이나 선심 차원의 대규모 사업은 하루빨리 정리가 되어야 한다. 또한 예산을 따내기 위한 전시성 사업도 근절되어야 한다.

최근 한 중앙부처 공무원의 전언에 따르면 요즘도 여전히 연말만 다가오면 쓰지 않은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사업을 급조해 내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만큼 세금이 하릴없이 빠져 나간다는 얘기다.

과도한 재정 적자는 나라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그렇다고 부족한 돈을 국민을 상대로 한 세금 쥐어짜기 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낳는다. 정부부터 말이 아닌 행동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김양배 부국장


입력시간 : 2005-10-17 15:08


김양배 부국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