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극장에서 처음 상영된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김청기 감독)의 원본 필름이 최근 디지털로 복원돼 잔잔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태권V는 지금 30~40대가 어린 시절 과학기술에 대한 꿈과 동경을 갖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작품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만화 속의 로봇은 ‘일제’가 대부분이었지만 그 시절 어린이들은 마징가Z와 철인28호를 철석같이 ‘우리 편’으로 여기며 자랐다. 나중에 사실을 알고 난 뒤의 배신감은 겪어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만화 속 일제 로봇의 원조 격은 아톰이다. 2차대전의 폐허를 채 걷어내지 못한 1951년 책으로 출판된 아톰은 어린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작가 데츠카 오사무는 아톰 한 편으로 일본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로봇은 인간의 꿈을 먹고 발전한다. 오랫동안 한ㆍ일 간 로봇 기술의 격차는 태권V와 아톰이 태어난 연도의 차이만큼이나 컸다. 일본은 산업용 로봇의 수출강국으로 이름을 드높일 때 우리는 수입을 했다. 세계 최초의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가 일본에서 탄생했을 때 우리는 부러움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땀과 노력으로 한국의 로봇 기술은 1990년대 이후 단기간에 세계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미래의 로봇 공학도들이 로봇 축구 대회나 경진 대회에서 보여주는 높은 기술력도 밝은 내일을 예감케 한다.

11월3일 대전에서는 지능로봇 전시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힘차게 비상하는 한국 로봇 기술의 위상을 과시하듯 국내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열기구에 태워 하늘로 띄웠다. 행여나 다칠세라 사람들이 동승해 끙끙거리며 부축한 뒤의 일이었다.

그 자리에서 이런 꿈을 꿔봤다. 만화 속에서는 일본의 아톰이 먼저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현실에서는 언젠가 한국의 로봇이 먼저 땅을 박차고 솟아오를 것이라고. 전시회에 출품된 로봇들을 자못 진지하게 뜯어 보는 어린 동심들의 눈에서 그 미래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듯 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