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적 보수, 미래 지향적 보수’를 표방한 뉴라이트(New Rightㆍ신보수) 전국연합이 지난주 출범했다. 전국연합은 창립선언문에서 “역사에 대한 한풀이 정치에 대한민국의 가능성과 장래성이 소진되어 가는 모습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좌파의 시대가 헤집어 놓은 갈등과 반목의 상처를 보듬고 선진ㆍ통일 한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통합의 지도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연합은 좀더 노골적으로 ‘2007년 좌편향 정권의 재집권 저지’를 활동의 목표로 내세웠다. 전국연합은 이를 위해 “건강한 우파의 가치를 일상적, 전국적으로 국민들에게 확산시켜야 한다”며 뉴라이트 운동의 대중 조직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발족한 뉴라이트네트워크는 자유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이론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지식인 네크워크 구축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뉴라이트는 좌편향 정권의 국정 실패와 올드라이트(Old Rightㆍ구보수) 세력의 자기 혁신 부진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난 새로운 우파 운동이라고 스스로 규정한 셈이다.

뉴라이트 조직의 잇단 탄생을 보면서 국내 정세가 참으로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여정부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시국 관련 모임이나 단체하면 주로 진보(혹은 좌파) 진영에서 이런저런 개혁을 내세우며 만든 것이 보통이었다.

보수 모임이나 단체는 변변한 것이 별로 없었다. 고작 해야 자유총연맹이나 재향군인회 정도였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보수 인사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적극적으로 세규합에 나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 중에는 당초 진보 쪽에 서있다 입장을 바꾼 사람도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사실 보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대개 무슨 일에 나서는 것을 꺼려 한다. 그런데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이들 단체는 나라 돌아가는 상황이 이대로는 영 안 되겠다 싶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이들의 활동이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라이트 운동이 시대적 조류에 따른 일시적 바람으로 그칠지, 아니면 내실 있는 활동을 벌여 나름대로 성과를 거둘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얻어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거칠고 천박한 언행은 삼가야 한다. 최근 이념적 대립이 심화하면서 서로 상대 진영을 향해 과격한 공격을 해댐으로써 갈등과 반목을 더욱 키우고 국가적 혼란을 확산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정인에 대한 인신 공격이나 상소리, 영상물의 과도한 패러디 등이 이에 속한다. 아무리 상대방이 밉고 화가 나더라도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절제되고 세련된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고 반대자를 설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이 계층간 이견 해소와 타협을 통한 국민 통합도 쉬워진다.

둘째는 정치권과의 일정한 거리 두기다. 뉴라이트가 순수성을 지닌 시민, 사회 운동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의 연계를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

전국연합 창립식에 주요 야당 대표와 대권 주자들이 대거 참석해 ‘러브 콜’을 보냄으로써 특정 정당과 모종의 교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은 것은 앞으로 신경을 써야 할 점이다.

정치판에 연을 대거나 끼어 들지 말고 국가 정체성 확립과 선진 한국 건설을 위한 정책 대안 마련 등에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김진홍 상임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 “많은 젊은이들이 이론 무장을 해서 여야 정당에 들어가기를 권장하지만, 출마할 경우 뉴라이트를 내세워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구체적 움직임이 주목된다.

셋째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이념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주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입장과 견해를 신속하고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이념적 방향을 확실하게 제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합리적인 이념 체계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전파하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이는 바로 국가 정체성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이해찬 총리는 뉴라이트 운동에 대해 “의식의 지체에 따른 역사적 퇴보”라고 깎아 내렸다. 이 총리의 말대로 뉴라이트가 역사적 퇴보가 될지, 아니면 ‘뉴’라는 용어대로 우리 사회의 이념적 혼란을 바로 잡아줄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양배 부국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