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산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여당이 10ㆍ26 재선거에 참패해 씁쓸한 터에 한 집안에서 “대통령 때문”이라는 말이 나와 가슴을 후빈 뒤다.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북악산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탄핵정국이 진행되던 지난해 4월과 북핵사태 악화와 독도 문제가 터졌던 지난 3월에 이은 산행이다.

첫 산행에서 대통령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고 했다가 한달 뒤 화려한 봄볕을 받으며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민심이 감싸준 훈풍 덕이었다.

이번 산행에서 대통령은 웬만한 풍파는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고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러나 예전 같은 훈풍은 없었다. 오히려 바닥으로 떨어진 민심은 칼바람으로 살을 파고 들었다. 대통령은 당에서의 핍박보다 이 바람이 더 쓰리고 아팠으리라.

대통령은 처음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느새 국민을 가르치려고 했고, 자신을 몰라준다고 투덜댔다. 어떤 참모는 “대통령은 21세기에 있는데 국민은 독재시대에 있다”고 거들었다. 70%를 넘던 대통령 지지도는 1년도 안돼 반 토막이 됐다. 그리고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이번에 국민들이 궁금해 할 수 밖에 없는 그 무엇인가를 남겼다. 산행에서 밝힌 그랜드 플랜이 그것으로, 이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은 그대로인데 밖이 시끄럽다. 대통령을 믿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젠 선한 의도조차 의심부터 받는다. 자주 승부사가 됐고, 예상 밖 행보를 거듭한 까닭이다. 그래서 양치기 소년이란 비아냥도 뒤따른다.

지난 2년 여를 돌이켜본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따라 민심은 출렁이는 듯했다.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민심의 기저는 늘 그대로였다.

대통령이 민심과 멀어진 것은 초심을 잃어서다. 그러면 산에 들어도 산이 보이지 않는다.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했다. 민심이 그렇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