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인 1968년 12월5일 선포된 ‘국민 교육 헌장’은 1994년 교과서 수록에서 제외되기까지 국민의 생활 속에 있었다.

오늘날 이 헌장이 문장 연구자 간에 화제에 오르는 이유 중의 하나는 헌장의 문장부호, 특히 쉼표(반점)의 지나친 사용에서 찾을 수 있다.

1.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①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②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③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④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동그라미 부호는 편의상 필자가 붙임. 이하 같음.)

2. ⑤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⑥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⑦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⑧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 정신을 드높인다.

1은 이익섭 교수의 지적대로 독자가 가닥을 잡기 어렵다. 2 역시 쉼표 하나가 부적절하게 사용되어 연결과 호응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2의 결정적인 실수는 ⑤와 ⑥사이에 쉼표를 찍었다는 사실이다. ⑤와 ⑥을 하나로 엮어 ‘우리의 ~ 근본임을 깨달아로 했더라면 ⑦, ⑧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나무랄 데 없는 문장이 되었을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것 같은 쉼표라는 존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1, 2를 통해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구둣점 하나에 잠 못 이루고 고심을 거듭한다고 한다. 글에서 발휘하는 부호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