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4일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한 바 있었던 충남 서천 농민 전용철씨가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경찰의 폭력과 무관하고 집 앞에서 넘어져서 머리를 다쳤다고 사인을 밝히자(11월30일 국과수는 이런 결론을 내린 바가 없고 전달과정에서 왜곡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경찰이 전씨의 사인을 왜곡하고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전씨가 농민대회 과정에서 경찰의 폭력으로 실신해서 농민들에게 옮겨지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돌변하였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가 참여하면서 전씨 죽음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결국, 경찰도 여의도 농민대회 시위 공방과정이 전씨 죽음을 초래한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시인하게 되었다.

농민들이 쌀 협상 국회비준을 결사적으로 반대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살을 포함하여 두 사람의 농민이 희생되었다는 것은 이제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쌀 협상 비준안이나 공권력에 의한 농민의 죽음과 같은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그 중요성에 맞게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

비슷한 시점에 제기된 황우석 교수 윤리논란이 사회적 의제가 되면서 농업과 농민 관련 의제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 여론형성에 일정한 역할을 하였던 인터넷여론도 황 교수 윤리논란에 집중하면서 ‘노충국씨 사건’때와 달리 이러한 중요한 인권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황 교수 윤리논란도 국익과 진실, 생명윤리 등과 관련된 중요한 사회적 의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쌀 비준안 통과나 공권력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했을지 모르는 전용철 농민사건이 사회적 의제로 제대로 부각되지도 못하고 사망의 원인에 대한 진지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문과 방송을 모니터 해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문과 방송은 전씨의 국과수 부검결과에 대한 범국민대책위원회와 목격자, 인의협의 반박에 크게 무게를 두고 보도하지 않다가, 허준영 경찰청장이 시위현장의 공방이 죽음의 원인임을 인정하면서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입장에 동조하는 쪽으로 보도경향이 바뀌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인권의 문제를 언론이 집중적으로 규명하지 못하여 경찰 발표에 휘말리거나 농민대회 공방과정에서 발생한 경찰 폭력에 대한 진지한 비판이 없었다는 것은 언론보도에 심각한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인터넷언론은 농민대회 시위현장의 충격적인 동영상을 직접 제공하거나 관련 사진을 전면 공개하였고 강경 진압에 관련된 경찰기동대의 소속과 전력을 밝혀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더 나아가 경찰폭력의 원인과 대책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며, 비준안 통과 이후 우리 쌀 정책을 진단하는 연속기사를 제재하고 있는 신문도 있다.

언론은 전씨 사망의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쌀 비준안 통과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도 정부의 입장만 중계하지 말고 농민단체나 전문가들의 반대 입장도 상세하게 소개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언론이 기본적 사실규명도 하지 않은 채, 예단하여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농민들이 죽어 가는 상황에서 아예 이를 거의 다루지 않고 있는 신문도 있다고 한다.

과연 우리 농민과 농업이 경쟁력을 잃었다고 포기해야 할 대상인지, 농민의 죽음이 줄기세포 연구 윤리논란 보다도 사회적 가치가 없는 것이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yong1996@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