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본사 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에 한 임원이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사장님, 지난 겨울 참 추웠죠. 난로가 없어 덜덜 떨며 밥을 먹지 않았습니까. 그 때에 비하면 올해는 정말 따뜻합니다’라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저 허허 웃고만 말았죠.”

1998년 부도가 난 이후 5년 간에 걸친 화의 절차, 그리고 다시 2년 반 가까이 진행된 구조조정. 국내 문구 업계 1위 브랜드인 모닝글로리가 지난 7년 동안 걸어온 궤적이다.

모닝글로리는 창사 이래 한 번도 매출이 꺾이지 않았을 정도로 IMF가 오기 전까지는 위기를 몰랐다. 하지만 대마불사 신화가 꺾이는 판에 이 회사라고 온전할 리 없었다.

다행히 브랜드 가치를 인정 받아 회생의 실마리는 잡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실마리에 불과했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가녀린 생명줄이었다. 거기에 수많은 식구들이 또 매달렸다.

이종선 사장은 그 실마리를 굵은 동아줄로 꼬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간중간 “참 기가 막혔어, 지금 생각해 보면 별나게도 했어”라고 혼잣말처럼 추임새를 넣는 게 간단치 않은 기억을 추측케 했다.

경비를 줄이려고 구내 식당 난방까지 주저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는 그러면서도 임직원들에게 과거의 끈은 과감히 끊어버리자고 누누이 강조했다. 구습과 구태가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언제까지 옛날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이냐 하는 외침이었다.

갈수록 기업이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되고 있다. 건강한 기업이든 부실한 기업이든 어제를 잊고 내일에 눈을 부릅뜨는 게 그만큼 절실하다. 미래를 향한 구조조정은 중단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