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자주 쓰이면서도 혼란을 주기 쉬운 말로 ‘자문’이 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 중 어느 쪽에서 자문할까. 최근 보도된 기사를 보면서 그 답을 찾아보자.

①법원은 건설이나 문서 등으로 인한 사건의 경우 감정단을 사전에 위촉해 자문을 듣고 있다.

②최 CP는 "PD수첩은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논문 내용과 검증결과가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법의학자들의 자문도 구하는 것도 그래서다"라고 강조했다.

③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북핵 6자회담과 동북아 공동번영’을 주제로 평화포럼을 개최한다

‘자문(諮問)’이란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려고 그 방면의 전문가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에 의견을 묻는 일”이다.

정부에서는 경제를 살리고자 경제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교육 정책을 바로 수립하고자 교육 전문가에게 자문한다.

사극(史劇)에서도 임금이 “과인이 이렇게 하면 과연 국리민복에 도움이 되겠소?” 하고 신료에게 ‘자문하면’ 신료는 임금의 자문에 대하여 이러저러한 의견을 내며 ‘자문에 응하는’, 즉 ‘조언(助言)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자문해 주는 위원회’가 아니라 ‘자문에 응하여 조언해 주는 위원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 용례의 ‘자문’ 중 ①, ②는 ‘조언'으로 고치고, ③은 ‘대책’ 정도로 고쳐야 상황에 알맞게 된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