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충격적이고 참담한 일이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 세포 신화’는 이대로 무너지는가. 많은 국민은 지금 정신적 공황 속에 빠져 있을지 모른다.

이미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 세포 연구의 진위에 대한 의구심은 확산되고 있었다. 의구심을 가졌던 사람들조차, 노성일 이사장의 발언을 통해 ‘신화’가 무너지자 충격과 허탈감이 밀려든다고 말한다.

아직 황 교수측이 노 이사장의 발언을 부인하고 있다고 하니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 같지만. MBC는 12월15일 밤 10시에, '특집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 했는가“를 통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진실을 추적하고 이미 널리 지적된 바 있는 'PD수첩' 취재윤리의 문제점도 솔직하게 털어 놓고 거듭 사과했다.

취재윤리를 저버렸다고 많은 비판을 받고 PD저널리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까지 있었지만, 'PD수첩'은 거센 여론의 역풍과 YTN과 과점신문의 공격에 시달리면서도 진실을 고독하게 추구했다는 평가를 이젠 얻게 되었다.

'PD수첩'으로 MBC의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전반적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이젠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목적이 훌륭하면 이를 달성하는 수단은 어떤 것이든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것은 언론윤리의 중요한 논쟁거리 중의 하나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언론윤리 논쟁의 중심에는 추문폭로를 무기로 정치·경제·종교권력 등을 감시하고 사회개혁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탐사저널리즘이 있는데, PD저널리즘을 내세운 'PD수첩'이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PD저널리즘은 우리 사회에서 담당해온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취재윤리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법적ㆍ윤리적 문제에 직면한 바 있었다.

다양한 위법적 취재관행뿐만 아니라 취재원에게 위압감을 주는 비윤리적 취재방식은 그 동안 오랫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었다.

그럼에도 PD저널리즘이 주도하는 시사보도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의 성역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거악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작은 잘못이 언제나 용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악의 존재 사실로 인하여 거악이 용인되어서도 안 됩니다. 현실에서는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하며, 거악과 소악을 모두 피할 것이 아니라 소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라는 발언은 PD저널리즘의 딜레마를 잘 말해주고 있다.

PD저널리즘의 윤리적 기준의 강화도 절실하지만 그러한 문제로 말미암아 진실이 파묻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언론이 과학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감히 검증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과학계가 자정능력을 미처 작동되지 않을 때, 'PD수첩'이 이에 경종을 울려준 것은 중요한 기여가 아니겠는가.

'PD수첩'의 윤리적 논란보다 더 큰 문제는 배아줄기 세포연구의 진실 추적보다는 타 방송사의 취재윤리 위반에만 집중한 YTN의 취재윤리일 것이다.

YTN은 더 근본적인 취재윤리, 더 나아가 저널리즘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널리즘의 첫번째 원칙은 진실추구다.

물론 다른 미디어의 취재윤리 감시도 언론의 임무겠지만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는지조차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진실 추적은 소홀히 하고 'PD수첩'의 취재윤리 논란에만 매몰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12월10일, 김 연구원이 사진조작 사실을 숨겼다는 보도까지 한 YTN의 취재윤리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PD수첩의 취재 윤리 위반에만 집중하여 사안의 본질을 결과적으로 왜곡시킨 것으로 보이는 YTN의 취재윤리는 MBC 마녀사냥에 집중하여 왜곡보도까지 일삼은 과점신문의 논조와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용성 한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yong1996@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