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턱밑서 '반 부시' 목소리 높이는 좌파

“내가 아는 세계에서 유일한 테러리스트는 부시다.”

볼리비아의 차기 대통령 당선자 에보 모랄레스(46)가 2005년 12월20일 아랍권 위성채널 TV ‘알 자지라’와의 회견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던진 말이다.

모랄레스는 또 이라크 전쟁과 같은 부시의 군사 개입은 국가 테러리즘이라고 쏘아붙였다.

야당인 사회주의운동당(MAS)을 이끌며 확고한 반미(反美) 노선을 걸어온 모랄레스는 같은 달 18일 실시된 볼리비아 대선에서 승리했다.

“나의 대통령 당선이 미국에게는 악몽일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했을 정도로 그는 철저한 반미주의자로 평가된다.

‘제2의 차베스’, ‘볼리비아의 체 게바라’ 등의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모랄레스는 현재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도 두터운 연대를 과시해, 중남미 좌파 열풍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중남미의 좌파 정권은 기존의 쿠바, 베네수엘라,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에 볼리비아가 가세하면서 모두 7개로 늘어났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바람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곤궁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 좌파 정권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코카인 원료인 코카 잎 재배 농민 출신의 모랄레스는 그 동안 코카 재배를 금지하는 미국의 중남미 외교 정책에 일관되게 반기를 들며 코카 재배 및 매매 합법화를 주장해 왔다.

미국은 코카 잎을 이용해 코카콜라를 합법적으로 만들면서 중남미 국가들은 재배와 이용을 못하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모랄레스의 주요 공약인 천연자원 국유화 방침도 국제 사회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볼리비아에서 활동 중인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과 사유재산은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