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하세요./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할게요.’

어느 기관에서 이 내용을 민원실 벽에 붙여 놓았는데 맨 끝 “제가 할게요”의 ‘할게요’를 ‘할께요’로 적었다. ‘할께요’로 소리 나더라도 ‘할게요’로 쓴다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다음의 예도 된소리로 적지 않고 예사소리로 적는다.

(1-1) 좀 더 서두를 걸. / (1-2) 누가 올세라 얼른 문을 닫았다.

(1-3) 갈수록 태산

/ (1-4) 누가 갈지 모른다.

(1-5) 못 만날지라도 가 보겠다./ (1-6) 꾸중을 들을지언정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1-7) 제가 이 애의 아비올시다.

(1-1~7)은 ‘-ㄹ껄, -ㄹ쎄라, -ㄹ쑤록, -ㄹ찌, -ㄹ찌라도, -ㄹ찌언정, -올씨다’처럼 적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ㄹ’ 뒤에서 된소리로 발음되는 것은 된소리로 적지 않는다는 관용에 따라 예사소리로 적은 것이다. 그리고 ‘할게요’의 ‘-ㄹ게’는 1988년 이전에 ‘-ㄹ께’로 적던 것인데 예사소리 형태로 통일한다는 뜻에서 ‘-ㄹ게’로 바꾼 것이다.

다만,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들은 된소리로 적는다.

(2-1) 그가 오기는 올까? / (2-2) 가족 없이 어이 살꼬?

(2-3)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 (2-4) 어떻게 해 드리리까?

(2-5) 네 말에 그렇게 쉽게 넘어갈쏘냐?

앞으로는 다음 말들도 즐겨 써 보자. 이웃들이 행복해 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너를 믿을게.’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