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당이 1ㆍ2 개각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일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에 김우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통일부 장관에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사무처장, 산자부 장관에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노동부 장관에 이상수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내정 발표했다.

복지부 장관에는 유시민 의원을 기용하려다 당내 반발을 고려해 이날 발표에서는 일단 제외했다.

개각 명단이 발표되자 야당은 물론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코드 인사’, ‘친위 보은 인사’, ‘돌려막기 인사’ 등 온갖 비난성 발언이 쏟아졌다. 특히 열린우리당내에선 정 의장의 징발과 유시민 의원의 입각 방침에 강한 반발 기류가 형성돼 당ㆍ청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정 의장의 경우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사전 양해 없이 빼가는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정 의장은 결국 당의장직을 사퇴했다.

유 의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사태를 야기했다. 청와대가 유 의원 입각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기 위해 5일 당 지도부와의 만찬을 계획했다가 하루 전날 유 의원의 복지부 장관 내정을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의 반응은 더욱 격해졌다. “노 대통령이 당을버렸다”는 성토까지 나왔다. 결국 여당은 ‘새 지도부 구성 때까지’라는 명분으로 만찬을 연기했으나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분란이 깊어지자 당 지도부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자제를 호소, 일단은 소강 상태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러나 내연하는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개각 중 이번처럼 여당내에서까지 비판과 반발이 쏟아진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사실 각료에 대한 인사권은(당 지도부가 언급한대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아무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사는 어느 정도 코드 인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단체든 인사를 할 땐 최고 책임자와 이념과 성향이 비슷하고, 호흡이 맞는 사람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업무 효율도 높이고 성과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심한 반작용이 일어날까. 그것은 아무리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코드 인사가 불가피하더라도 여론을 생각지 않고 비합리적으로 무리하게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반증이다.

개각 내용이 발표됐을 때 주변 사람들의 대부분은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또 그 사람야?”, “과거 행적으로 볼 때 대북 및 대미 관계를 매끄럽게 풀 수 있을까?”, “여당을 대표하는 의장을 어떻게 장관으로 바로 데려갈 수 있지?”, “대선 자금 문제로 처벌을 받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진 게 엊그젠데 이렇게 빨리 장관을 해도 되나?”, “독선적 행동과 거친 말로 자주 비판을 받는 사람을 꼭 써야 하나?”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그러다가 결국은 “참여 정부의 인사 방침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로 귀결된다.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 이러한데 표를 먹고 사는 여당 의원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일부 의원들이 연판장(성명)까지 돌렸을까. 이해할 만도 하다.

노 대통령이 당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시민 의원의 복지부 장관 내정을 강행한 배경을 놓고는 특히 논란이 분분하다. 그 중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조기 레임덕 방지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여겨진다. 당의 요구대로 유 의원 입각을 철회했다가는 리더십과 인사권의 상처를 입어 레임덕을 앞당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개각 구상 단계부터 유 의원을 배제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당의 반발에 발표를 미뤘다가 갑작스럽게 내정 강행을 함으로써 모양도 우스워지고 당ㆍ청 간의 갈등과 분란만 키운 꼴이 되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발표대로 장관은 바뀔 것이다. 그러나 당ㆍ청 간에 쌓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길은 새 장관들이 일을 얼마나 잘 해 국민의 신뢰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 정도를 벗어난 코드 인사는 조직에 부담을 주고 후유증을 낳는다는 것을 이번 개각 파문이 다시 한 번 보여 주었다.


김양배 부국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