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여투쟁 전선에 변화?

한나라당 이재오(60) 의원이 12일 새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그것도 한나라당 소속의원 127명중 123명이 참석한 가운데 72표를 얻어 50표를 얻는데 그친 김무성 후보를 22표의 큰 차로 눌렀다.

이 원내대표체제의 출범은 많은 상징성을 함축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박근혜 대표-이명박 서울시장의 ‘대리전’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던 데다 박 대표의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강행하는 중에 치러졌기 때문이다.

경선을 앞두고 당 안팎에선 박 대표가 당을 주도하고 있고 의원들마다 5월 지방선거에서 박풍(朴風, 박근혜 바람)을 기대하는 터여서 김무성 의원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당장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이 시장과의 대권경쟁에서 때이르게 당내 격차가 벌어진 양상이고 사학법 투쟁에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

이 원내대표는 자타가 인정하는 이 시장 사람이다. 일각에서는 이 시장이 6월 당 복귀를 앞두고 당내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서울시장 출마를 접고 당권에 도전하려는 이 의원을 설득해 원내대표로 돌리고 당권은 김덕룡 의원 몫으로 남겨두었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 원내대표가 득표한 72표는 소위 '반박(反朴) 연대'를 맺은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와 수요모임 등 소장파 그룹의 표가 35~40표 정도인 것을 고려하더라도 30명 이상의 의원이 ‘사학법 원내외 병행투쟁론’을 주장해온 이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표가 정치적 명운을 걸었던 사학법 장외투쟁이 동료 의원들로부터 '판정패' 를 받은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 같은 당내 상황을 의식, 이 시장과는 일정 선을 긋고 박 대표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13일 라디오 시사프로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당의 형편은 박근혜계다, 이명박계다 해서 싸울만큼 한가하지 않다" 면서 “박 대표와 협조해 당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힌 것.

이 원내대표는 당의 장외투쟁과 관련, "여당이 사학법 재개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장외투쟁은 노무현 실정에 대한 범국민적인 투쟁으로 수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여 일단 박 대표와 보조를 맞췄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가 원내외 병행투쟁론을 지지하는 소장파와 비주류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당선된 것에 비춰 장외투쟁 전선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주에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당내 소위를 만들고 여당의 원내대표가 결정되면 협상에 나서돼 황우석 파동, X파일 도청문제 등 여당을 압박하는 카드를 병행, 일정한 성과를 얻어내겠다는 전략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당에서 이 원내대표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데는 6ㆍ3세대의 핵심으로 오랜 재야활동과 수도권 3선의원이라는 경력이 실효성있는 대여 투쟁에 적격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노련한 이재오호가 과연 어떤 항해를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