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 뭐, 해마다 반복돼 온 일이에요”(대학측)

“이젠 참을 수 있는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학생측)

새 학기를 앞둔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가가 등록금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등록금 인상이 본격화된 이후로 거의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연례 행사라 새삼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올해는 여느 해와는 분위기가 달라 보인다. 굳이 반발의 강도가 지난해보다 더 세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등록금 인상을 바라보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위기의식 때문이다.

한마디로 연세대 경우처럼 “왜 올해는 두 자릿수(12%) 인상이냐”는 작금의 질문이 아니라 “이대로 두다가는 ‘브레이크 없는 불난 자동차(등록금)’가 돼 버릴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때문에 올해는 여러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모여 등록금 인상 저지 시위를 벌이고 대책을 숙의하는 등 학생들 움직임도 더욱 긴장된 모습이다.

물론 올해도 몇몇 대학에서는 예년처럼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해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고 학교측은 한발 물러서는 형국을 취하며 마무리될 수도 있다.

등록금 인상률을 둘러싸고 양측이 벌이는 주장에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 하지만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재정 수요는 늘어나는데…” “물가 인상률, 임금 인상률만 단순 비교해 봐도 등록금 인상은 과도하다” 는 대학과 학생들의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만 달릴 뿐이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한한 손을 놓고 있는 듯하다. 대학자율화라는 명분 하에 등록금 문제에 손을 뗀지 오래됐다.

등록금 납부 시즌을 앞두고 대학에 ‘과도한 등록금 인상으로 분쟁을 야기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공문만 고작 보내고 있는 현실이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비난 여론에 면피용 대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등록금을 놓고 마주 달리는 두 기차가 완만한 곡선 주행을 마치고 앞으로 정면 충돌을 향해 달리게 되는 변곡점에 와 있는 듯 하다.

기차가 계속 달리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브레이크가 걸릴 것인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다만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그 주체는 과연 학생들이 될지, 아니면 대학 당국이 될지, 그것도 아니면 정부가 될지 모두가 숨죽여 주시하고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