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 유엔사무총장 후보 출사표

장관이 된 지금도 부하 직원에게 출입문을 열어주고, 인사를 할 때면 허리를 90도 가까이 구부리는 ‘타고난 외교관’. 반기문(62) 외교통상부 장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15일 내년 1월1일 임기가 시작되는 제8대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반 장관은 유엔과장, 북미국장, 차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외교보좌관 등 요직을 거치며 36년간 외교부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고, 유엔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그는 주유엔대표부 1등서기관, 국제연합과장 등을 지내 외교부 내에서 유엔통으로 통한다.

특히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9ㆍ11 테러 직후엔 각국의 대(對)테러전의 이견 조율 업무를 수행해 결과적으로 사무총장으로 가는 지지 기반을 닦은 셈이 됐다.

반 장관은 소문난 ‘공부 벌레’다. 충주고 시절엔 독학으로 닦은 영어실력으로 미 대사관 주최 영어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고, ‘한국을 대표하는 고등학생’으로 미국으로 초청돼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요즘도 유엔 근무시절에 점심시간을 활용해 익힌 불어 실력을 복원하기 위해 하루 1시간 개인교습을 받는다.

유엔 사무총장 선출의 열쇠를 쥔 프랑스가 후보 자격으로 불어 구사능력을 요구할 가능성 높아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3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그는 1970년부터 직업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업무 스타일은 한때 ‘주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꼼꼼해 어지간한 준비 없이 반 장관에 보고했다가는 당황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일요일에도 자주 출근하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반 장관은 외교가에서 체력 좋기로 소문났다.

충주고와 충주여고 간 학생회장단 교류로 만나 결혼한 부인 유순택씨 사이에 2녀1남을 두고 있다. 둘째 딸 현희 씨는 유엔아동기금(UNICEF) 직원으로 아프리카 수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반 장관의 사무총장 당선 여부를 점치기는 이르다. 아직까지 사무총장 선출시기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유엔 사무총장의 선거는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에 비견될 만큼 복잡한 국제관계가 얽혀 있다.

선출 형식은 유엔 헌장에 따라 안보리가 추천한 후보를 총회에서 추인하는 과정을 거쳐 선출하는데, 총회 추인은 형식상 절차에 불과하고 안보리 추천 과정이 실질적 선거다.

지금까지 안보리가 추천한 후보를 총회가 거부한 사례는 없다. 현재 반 장관의 사무총장 당선의 최대 변수는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여부다.

이번 유엔 사무총장 선거는 반 장관은 물론 한국 외교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