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을 하니 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이다. 청하는 글이 산뜻하고 어문 규정에도 잘 맞게 작성되었다.

그런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다.

서두에 “저희 두 사람”이라고 해놓고 자기들 이름에 ‘군’, ‘양’을 붙일 수 있는가. 초청한 주체가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 이름에 ‘군’, ‘양’을 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초청한 주체가 양가 부모라면 본인들 이름 뒤의 ‘씨’도 문제가 된다.

둘째 ‘부디’를 꼭 넣어야 했는지 살펴볼 일이다.

‘부디’는 '바라건대', '꼭', '아무쪼록'의 뜻으로, 남에게 청하거나 부탁할 때 바라는 마음이 간절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부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부디 오해 없기를 바라오.” 같은 상황에는 어울리나 혼례식 초청장에는 남에게 부담을 줄 소지가 있다.

셋째, 왜 ‘청첩장’인가. ‘청첩’이면 충분하다. 틀린 것은 아니로되, 마치 ‘우방(友邦)’을 ‘우방국(友邦國)’으로 겹쳐 부르는 듯 번거롭다.

인륜의 큰일 중의 하나인 혼인, 그리하여 납채(納采, 신부 집에 혼인 구하기), 문명(問名, 신부 어머니 성씨 묻기), 납길(納吉, 혼인날을 신부 집에 알리기), 납폐(納幣, 신부 집으로 예물 보내기), 청기(請期, 신부 집에 혼인날 가부 묻기), 친영(親迎, 신부 맞이하기) 등의 육례(六禮)를 갖추는 전통 의식이 있을 정도로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남을 청하는 글―청첩―부터 조심스럽게 해야 하지 않을까.

▲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