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로 찾아오는 꽃샘추위도 정치권은 비켜간 모양이다. 5ㆍ31 지방선거의 열기가 최상위 메이저리그에서부터 벽촌의 마이너리그까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까닭이다.

메이저리그의 열기가 권력게임에서 비롯됐다면 흙먼지 풀풀나는 촌구석의 정치바람은 웬만한 기업체 직원의 연봉에 맞먹는 지방의원 유급화가 불러왔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권력과 돈이 정치의 속성인 것은 외피만 달라졌을 뿐이다. 더불어 뒤따르던 주먹다짐과 ‘법대로’의 무더기 소송도 여전하다.

최근 메이저리그에는 몸값 높은 스타들이 등장, 볼거리가 제법 쏠쏠하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궁지에 몰린 여당의 흑기사로 등장, 그런대로 흥행몰이를 하면서 잘만하면 대박도 가능하리라고 여권은 김칫국을 마신다.

반면 야당은 집안 싸움과 당권과 대권에 따른 눈치보기, 소수 정당의 한계 등으로 차려놓은 밥상마저 제대로 먹지 못할 갈짓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낮은 당 지지율과 표 분산, 지지층의 무관심 등이 주요 배경이다.

그런데 여권이 ‘강진(康陳, 강금실ㆍ진대제)’카드로 붐을 조성하는 사이 다른 쪽에선 외환은행 매각, 현대자동차 비자금, 김재록 수사 등 대형사건이 잇따라 터져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일각에선 검찰의 칼로 도려내는 부위도 여권을 비켜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지방선거와 대형사건의 관심이 뒤섞이면서 정치판은 뿌연 안갯속이다..

최근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사건들이 5ㆍ31 선거를 휘저으려는 ‘정치적 황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바야흐로 지금 봄 정국은 황사의 방향을 예측하느라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눈과 귀가 그 곳에 쏠리는 사이 지방선거는 성큼 한달 반 가량 앞으로 다가왔다.

세상을 벼리는 나만의 칼을 품어봄 직한 요즘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