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미디어’라는 찬사 속에 케이블TV가 출범한 지도 어언 11년째를 맞았다.

다섯 손가락으로 모든 채널을 꼽을 수 있던 그 시절, 수십 개의 채널을 가진 새로운 매체가 등장한다는 소식은 단숨에 전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를 앞당기고 국민 여가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는 당초 취지는 어설픈 준비로 인해 첫걸음부터 휘청거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자 시청자들은 금세 발길을 돌려버렸다. 한동안 케이블TV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암흑 속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케이블TV는 업계의 자구 노력과 정부의 규제 완화가 상승 효과를 내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가입자들은 구름처럼 늘어나기 시작했고, 덩달아 케이블TV는 더욱 신바람을 냈다.

요 몇 년 사이 케이블TV가 산업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는 것도 돈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잡음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서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이전투구다. 일부 방송채널사용 사업자(PPㆍProgram Provider)들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가 되기도 한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요금 담합, 채널 선택 일방 변경 등 정작 시청자를 무시하는 경우가 적잖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야바위 판에서는 원래 순진한 사람들만 당하는 법이기는 하지만 공익적 성격이 강한 방송이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꿈의 미디어’를 표방했던 초심을 다시 한 번 떠올리기를 업계 관계자들에게 주문해 본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