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는 2007년 12월 대선, 가까이는 지방선거 이후 있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이를 두고 너무 일찍 ‘김대중’이야기가 불꽃을 튀기고 있다.

지난 3월 5일 ‘김대중의 정체- 한국 현대사의 검은 그림자’를 펴낸 월간조선 전 발행인 조갑제(1945년생, 경북 청도 출신, 부산고 졸업, 부산 수산대학 중퇴).

그는 4월 18일 오후 7시에 있은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가 ‘김대중 방북 저지 및 6·15 반역 선언 폐기 촉구’를 주제로 연 강연회에서 그의 책 ‘··· 정체’를 요약했다. 청중은 국민행동본부 회원 등 1,000여 명이었다.

“남북연방제는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무허가 통일 방안이므로 김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6·15 남북공동선언은 사기 문서다.”

“김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후 또 다시 방북하려는 것은 적화통일로 가는 중간 단계인 연방제 또는 남북연합을 하겠다는 것이다. 연방제는 남한 정권과 북한 괴뢰정권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으로 대한민국을 국제 범죄조직과 동등한 위치로 전락시켰다.”

“연방제와 6·15 남북공동선언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강도와 피해자를 한 방에 넣고 악마와 천사를 약혼시키겠다는 것과 같다.”

“대북 불법송금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여전히 성역으로 남아 있다. 현대를 앞세워 불법적으로 김 위원장의 비밀금고로 거액을 보냈는 데도 김 전 대통령은 참고인이나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그는 이번에 김 전 대통령의 정체를 밝히는 책을 낸 이유를 비치면서 연설을 마쳤다. “한나라 당은 애국심과 자유민주주의로 무장돼 있지도 않고 좌파 세력과 싸우는 전투성도 잃었다.”

그는 외쳤다. “한나라당과 경쟁할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 국민의 30%를 차지하는 골수 보수층을 기반으로 하는 ‘애국정당’이 필요하다. 애국정당의 정강정책에는 전교조 해체, 납북자 문제 해결, 수도 분할 반대, 6·15 남북공동선언 폐기 등이 들어가야 한다.”

그는 331쪽에 달하는 책 속에 이런 이야기도 썼다. “신광수(일본인 하라타다 아키 납치범, 일본 공안당국 국제수배범)는 일본인 납치 지령을 김정일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진술했었다. 신은 김정일에 대한 국제사법적 심판을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 물증’이다.”

“김대중씨는 이 증인을 북송시킴으로써 김정일을 위해 증거인멸을 한 셈이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볼 때 김정일이 국제법정에 서고, 김대중씨가 오래 산다면 그 법정에 증인으로 불려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일한 한국인인 김 전 대통령은 ‘좌익형 인간’, ‘어둠의 편이 된 햇볕 주창자’이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43개항에 달하는 5년간의 대북정책을 기소장 쓰듯 썼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영남 파시스트 패권주의
속에서 정치를 해온 정치가 김대중의 여러
모습을 호남인이라는 시각보다 왜 호남인은
김대중을 지지하는가의 현상을 추적했다.

과연 김 전 대통령은 그런 인물일까. 조갑제 전 발행인이 ‘··· 정체’를 쓰기 1년여 전인 2005년 4월에 나온 ‘김대중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보면 조갑제의 기소장(?)은 이미 무죄로 판결 내려졌다.

‘··· 이야기’는 광주에 있는 서남대 법학과 김욱 교수(1958년생, 광주일고 졸업, 연세대 법학과에서 ‘주체사상을 통한 마르크스적 자유와 평등 실현의 법리와 문제점’으로 법학박사 학위 취득)가 썼다.

그는 317쪽에 달하는 이 책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남 패권주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영남 파시스트 패권주의 속에서 정치를 해온 정치가 김대중의 여러 모습을 호남인이라는 시각보다 왜 호남인은 김대중을 지지하는가의 현상을 추적했다.

그건 김대중의 범죄를 기소하는 것이 아니다. 김대중의 정치가 범죄라면 그렇게 된 배경과 역사를 캐내는 것이었다.

그는 쓰고 있다. “결론은 이런 것이다. 김대중은 차별 지역 호남이 낳을 수밖에 없었던 진보적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위험시된 것은 그의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이념, 특별히 통일지향 이념 때문이라기보다는 영남 패권주의에 도전하는 호남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에 있었다.”

“물론 이것은 필연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지만 영남 패권주의자들의 초점은 그의 출신 지역에 훨씬 민감했다고 보는 편이 정직한 관찰일 것이다. 그래서 그의 진보적 성향이 더욱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김대중은 영남 패권주의 정권을 위협할수록 위험한 인물이었고 영남 패권주의 정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올수록 위험하지 않은 훌륭한 정치인으로 평가되었다.”

“즉 위험한 김대중이라는 문제는 그의 출신 지역 문제가 그의 이념적 문제를 압도했다. 그러므로 단순히 출신 지역과 무관한 역사적 ‘레드 콤플렉스’만으로 김대중 문제를 해석하려는 것은 솔직하지 않은 위선적 시각이다.”

그는 책의 맺는 말에서 결론지었다.

“나는 이 책에서 김대중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김대중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지배논리인 영남 패권주의 이데올로기를 인격적 형태로 치환시켜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은 이미 지난 ‘옛 이야기’이지만 앞으로 한동안 끝나지 않을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다.”

‘지금 우리들 이야기’가 너무 빨리 온 것은 아닐까?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 조갑제의 ‘··· 정체’책를 구입한 이들은 김욱 교수의 ‘···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