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씨, 러시아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 상 수상

한국 발레에 또 하나의 찬란한 별이 떠올랐다. 그의 손끝과 발끝, 그리고 몸놀림이 만들어낸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에 세계 무용계는 으뜸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주인공은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 중인 김주원(28)씨.

그는 4월 25일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제14회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최고 여성 무용수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국립발레단에서 공연한 작품 ‘해적’의 여주인공 ‘메도라’역이 영예를 안겨줬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발레의 개혁자 장 조르주 노베르(1727~1810)를 기리기 위해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에서 제정한 상이다. 또한 춤의 영예라는 뜻의 이 상은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세계 최정상급 발레리나로 꼽히는 실비 귀엠, 알리나 코조카루 등이 역대 수상자다. 한국인으로는 해외 무대서 활약 중인 강수진씨(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1999년 ‘카멜라 레이디’란 작품으로 수상한 바 있다.

김씨의 이번 수상은 한국인으로 두 번째인 셈.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 중인 토종 무용수가 국내 발레단 작품으로 영광을 안았다는 점에서 한국 무용계는 더욱 고무돼 있다. 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기쁨보다 한국 발레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더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92년 선화예중 시절 발레의 본고장인 러시아의 볼쇼이 발레학교로 유학한 그는 97년 귀국한 뒤로 동갑내기 라이벌 김지영씨(네덜란드 국립발레단)와 함께 한국 발레를 책임질 차세대 주자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그는 국내 발레리나들의 장점인 테크닉에 더해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어왔다. 긴 팔과 목, 빼어난 상체 라인이 만들어내는 동작 하나 하나에 무언의 언어를 실어내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우뚝 선 것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표현력과 예술성에서 최고 평가를 받은 덕분이라는 게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던 최태지 정동극장장의 전언이다.

김씨는 4월 27일 귀국하자마자 대구로 급히 내려갔다. 주변의 관심을 즐기며 잠시 여유를 부릴 만도 하건만 이처럼 발걸음을 재촉한 것은 28, 29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 공연 리허설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소문나 있다. 오늘이 있기까지 쏟은 땀과 닳아서 내버린 토슈즈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가 ‘무용계의 한류’가 되어 펼쳐 보일 무대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