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태극전사들이 4강 신화를 쓴 2002년 월드컵 직후. 잔치의 말미에 오는 허탈감으로 “앞으로 4년을 어떻게 기다리나···”하며 되뇌곤 했는데, 어느새 그 기다림이 끝나간다.

그런데 참 미묘한 것은 반가움 못지않게 불안감도 슬슬 커진다는 점이다. 그것은 태극전사들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혹시나 맞닥뜨릴 실망에 대한 은근한 걱정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한국 축구에 대한 자긍심으로 뿌듯했다. 월드컵 4강은 어디 아무나 하는 것인가, 그런 마음으로 2002년의 여운을 맘껏 즐겼다. 세계인들도 그런 우리의 자부심을 인정하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도 있다. 한국 축구는 5번의 도전에서 단 1승도 못 건지다 6번째 도전에서 홈구장에서 벼락 같은 성공을 한 번 이뤘을 뿐이다. 월드컵에서는 내로라 하는 축구 강호들도 16강에 못 오르고 탈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피파(FIFA) 랭킹 20~30위권의 한국 축구가 먼 유럽 땅에서 두 번 연속 16강을 통과하고 나아가 4강 신화를 재연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잔뜩 기대가 부푼 축구 팬들에게 재를 뿌리려는 뜻은 조금도 없다. 패배주의도 아니다.

그저 즐기자. 지구촌 사람들과 함께 축구 제전을 즐기는 것이다.

즐긴다는 것은 여유를 뜻하고 여유는 어찌보면 지나친 집착을 초월해야 가질 수 있다. 다만 우리 태극전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온국민도 한마음이 되어 응원하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도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공은 정말 둥근 것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한국 축구와 응원 문화를 기대해 본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