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딘 지단 '박치기 사건' 진실게임, 20일 청문회서 밝혀질 듯

2006 독일월드컵 결승전 결과에 못지않게 세계의 관심을 끌었던 프랑스 지네딘 지단(34)의 ‘박치기 사건’의 진실이 곧 밝혀질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단과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33)에게 대질 청문회 출석을 통보, 20일쯤이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이번 사건을 조사중인 FIFA는 당사자인 지단에게 서면으로 된 답변서를 18일(한국시간)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고, 마테라치는 이 사본을 넘겨받아 확인 후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뒤 두 선수는 오는 20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열리는 징계위원회에 앞서 있을 청문회에 출석해 대면하게 된다.

그동안 지단과 마테라치는 언론매체를 통해 서로 입장을 밝혔음에도 당시 정황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단은 “마테라치가 어머니와 누이를 심하게 모욕했다”고 주장한 반면 마테라치는 “지단과 설전을 벌였지만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물론 지단의 어머니에 대한 욕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둘의 입장의 공통분모를 찾아보면 마테라치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하지 않은 듯한데 지단의 누이에 대해서는 무슨 말인가를 한 것 같다.

FIFA의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박치기’를 한 비신사적 행동에 대해 지단은 최소 3,300유로(400만원)의 벌금에 두 경기 출전금지 조치를 당할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지단의 골든볼 수상 취소 여부.

FIFA 블라터 회장은 12일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FIFA 집행위원회는 수상자 결정이 축구의 윤리에 거슬리는 것으로 판단될 때는 그 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고 해 수상 결정이 번복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만일 골든볼 수상이 취소되면 지단은 ‘박치기 퇴장’이란 불명예를 안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지단은 자타가 인정하는 당대 최고의 미드필드이자 ‘그라운드의 지휘자’.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 개인기, 기발한 패스, 감각적인 시야를 두루 겸비한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다.

알제리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랑스 이민 2세인 지단은 17세 때 프로구단 ‘칸’에 입단, 프랑스 명문 보르도에서 ‘젊은 영웅’으로 떠오른 후 1996년 이탈리아 구단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지단은 유벤투스의 96~97, 97~98시즌 스쿠데토(세리에 A 우승) 2연패를 주도했고, 이후 역대 최고 이적료(약 880억원)로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면서 세계 최고 스타로 우뚝 섰다.

2003년 FIFA선정 올해의 선수상을 3차례나 수상한 지단은 유로2004 대회를 끝으로 프랑스대표팀에서 은퇴, 국제무대와 작별을 고했다.

그러나 국민의 요청과 레몽 도메네크 감독의 삼고초려로 ‘레블뢰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독일월드컵에서 ‘늙은 수탉’으로 불린 조국 프랑스의 축구를 부활시켜 결승전까지 올려 놓았다.

지단은 ‘박치기 사건’에 대한 FIFA의 판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결과야 어떻든 축구를 예술로 업그레이드시킨 그는 펠레(브라질)와 마라도나(아르헨티나)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그라운드의 영웅’으로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 같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