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신임 법무부장관 내정자

열린우리당의 반대와 부정적 여론에 부딪혀 장고 끝에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의 당 복귀로 공석이 된 새 법무부장관에 김성호(56·사시 16회)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을 내정했다. 최측근인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끝내 접고 김성호 씨를 낙점한 것.

노 대통령이 ‘문재인 법무’를 고집한 것은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임기 후반기 검찰을 장악,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 김 내정자를 지명한 배경도 역시 마찬가지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이 “김 내정자는 지난 2년7개월간 부패방지위원회 및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공직부패 방지를 위한 각종 제도 및 정책 수립 등 관련 업무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며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그의 업무 역량이나 생각을 직접 검증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가 기치로 내걸었던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 표류 중인 검찰 개혁 과제는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 검ㆍ경 수사권 조정, 사법개혁 법률안 등이다.

특히 김 내정자는 참여정부 출범후 부패방지위, 국가청렴위 사무처장을 거치며 공수처 설치를 주도해와 수사기구 일원화를 바라는 검찰과의 마찰도 점쳐진다. 김 내정자는 “전문 수사기구, 특검의 상설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공수처를 포함한 수사기구가 어디에 설치되든 그 기소권은 검찰에 둬야 한다”고 밝혀 타협점을 제시해 놓고 있다.

이번 인사에는 검찰 출신인 김 내정자가 검찰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청와대의 기대도 담겨 있다. 김 내정자는 검찰에서 신망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치밀하고 뚝심 있는 성격으로 추진력이 뛰어나며 조직통솔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김 내정자는 검사 시절 대검 중수부 2,3,4 과장, 서울지검 특수부 1,2,3 부장을 거친 전형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율곡 비리(1993년),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사건(95년)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맡아 매끄럽게 처리했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이 있던 2003년에는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이 청주지검장이던 그를 대구지검으로 발령내며 ‘특수수사 경력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철저한 후속 조치’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2003년 건국대에서 ‘공직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2004년 부패방지위원회와 후신인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일해왔다. 부인 장금자 씨와 사이에 2남을 두고 있으며 장남 김준선 씨는 현재 사법연수원생이다.

김 내정자는 “원칙을 지켜가는 나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며 검찰의 체질 강화와 사회적 약자 지원 등을 약속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