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1967년 발표된 김청기 감독의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의 주제가이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로보트 태권브이 30주년 생일잔치’ 자리에서 이 노래가 힘차게 울려 퍼지던 순간, 그 자리를 메웠던 많은 30,40대의 눈빛이 마치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30년 만에 긴 잠에서 깨어난 태권브이는 이미 기성세대가 된 3040세대에겐 이제는 희미해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게 하는 ‘문화적 타임머신’이나 다름없었다.

비단 태권브이만뿐이랴.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때문인지 옛날에 인기절정을 구가했던 제품을 다시 출시하거나 비슷한 상품으로 선보이는 이른바 ‘추억 마케팅’이 문화ㆍ산업계 전반에서 활발하다.

‘따봉주스’, ‘럭키치약’ 등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는 친근한 옛 상품이 나왔는가 하면, 어느 지방의 농어촌 버스엔 ‘오라이’를 외치는 안내양이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TV에서는 옛 인기드라마가 리메이크되기도 한다.

이러한 추억 마케팅에 대해 부단한 창작의 노력 대신 옛 상품을 재탕하거나 화제성에 기대려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초고속 시대 속에서 잊고 있던, 혹은 스쳐 지났던 추억의 코드를 되살리는 것은, 팍팍한 현대인의 삶에 부족함을 채워주는 즐거움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진화다. 과거의 영광을 잠시 우려 먹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세월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진정 세대를 넘어 오랫동안 사랑 받는 추억의 코드가 될 수 있다.

마침 태권브이가 최근 국내 굴지의 연예 기획사 나무엑터스와 캐릭터 전속 계약을 맺고 문화적 잠재력 발굴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 반갑다.

5,000년의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세대교체 열풍에 휩쓸려 시대를 넘어 전수되는 전통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태권브이 부활 프로젝트를 계기로 새것과 옛것이 조화를 이뤄 빈약한 우리나라 문화산업이 알차지기를 기대해 본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