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의 지지율이 10% 대로 떨어졌다. 역대 정권 중 최저 기록이라고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희망을 걸만한 후보가 아직 눈에 띄지 않아 여권에선 이대로 가면 필패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래서인지 여권은 ‘오픈 프라이머리(국민 완전참여 경선제)’등 현 대선 지형을 깨기 위한 묘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시큰둥하다.

여권의 한숨이 깊을수록 집권을 눈앞에 둔 듯한 한나라당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든든한 대선주자가 세 명이나 있는데다 당 지지도나 여론의 추이를 볼 때 누가 출마해도 대선 승리가 확실한 것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대선과 관련한 각종 지표도 한나라당의 승리를 보장한다.

그 때문인지 유력한 대선주자를 따라 줄서기가 횡횡하고 의원들의 망무가내 처신이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항간에는 ‘대세론’ 망령이 벌써부터 당을 갉아먹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대세론의 늪에 빠져 패했다. 원칙을 무시한 오만함, 기득권에 매몰된 미래, 안이한 판단와 이전투구 등. 그런 정당을 국민은 마지막 순간에 외면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빅3’의 경쟁이 치열해 어느 한쪽의 독주에 따른 대세론은 없지만 당이 몇 차례의 선거 완승에 도취하고 여권이 죽을 쑤면서 벌써 당 자체가 대세론에 빠진 듯한 위험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고 상황에 안주하는 나태함이 두드러진다.

경영학 용어에 ‘성공의 함정(Success Trap)’이란 말이 있다. 한 번의 성공이 제2, 제3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며 한두 차례의 성취를 과신하고 방심했다가는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은 줄곧 몇 차례 작은 전투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결정적인 큰 전쟁(대선)에서 패해왔다. 위기가 기회일 수 있듯 역으로 기회는 위기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지금 ‘바다이야기’ 구린내가 풍기고,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 대응에서도 중심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들은 아직도 ‘반(反) 여당 표= 한나라당 표’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가 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